"난 솔로인데, 남의 연애는 왜 재밌지?"…관찰 예능 뜨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김온유 기자 | 2024.01.10 05:00
MC 이다희(왼쪽부터)와 덱스, 규현, 한해, 송진경이 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솔로지옥' 시즌3는 커플이 되어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서 펼쳐질 솔로들의 솔직하고 화끈한 데이팅 리얼리티 쇼다./사진=뉴스1

#. '환승연애3' 3화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TVING)을 통해 공개된 다음날인 지난 6일 한 유튜버가 해당 프로그램을 보며 자신의 반응을 촬영한 영상을 올렸다. 한 출연자의 13년간의 연애 이야기를 보면서는 눈물을 짓기까지 했다. 공개된 지 3일만인 9일 현재 영상의 조회수는 약 29만회다.

'연애 관찰 예능'(연애 프로그램)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공개된 환승연애3, 솔로지옥3은 공개되자마자 각 OTT(영상 콘텐츠 제공 서비스)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미혼남녀 10명 중 6~7명이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남들의 연애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화까지 공개된 환승연애3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방영 플랫폼인 티빙에서 전체 콘텐츠 중 4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솔로지옥의 경우 현재 한국에서 8번째로 인기가 많다.

시청자들이 연애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감정이입이다. 출연자들의 입장이 돼보거나 갈등 상황에 본인을 대입하는 식이다. 솔로지옥을 종종 봤다는 황모씨(26·여)는 "출연진들의 행동이나 태도 등을 보면서 '저런 사람을 조심해야 겠다'는 식의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명수씨(28·남)는 "연애를 하고 있음에도 다른 사람의 연애가 원래 재밌는 법"이라며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내 애인이면 어떻게 하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연애 예능들의 콘셉트도 인기의 이유로 꼽힌다. 과거 연애 예능이 젊은 남녀를 한 공간에 모아 놓는 데 그쳤다면 현재는 전 연인과 다시 동거를 한다거나(환승연애) 모르는 남녀가 무인도에 고립되는(솔로지옥) 식이다.

환승연애 시리즈를 즐겨 보는 윤모씨(26·여)는 "이별, 환승이라는 주제가 자극적이고 이런 주제는 일상에 만연한 소재라서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일부러 자극적으로 만드니까 연애에 부정적이게 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몰입은 시청 이후에도 이어진다. 직장인 정모씨(27·여)는 지난 3일 친구와 밥을 먹다 토론을 펼쳤다. 그 전날 공개된 솔로지옥 8·9화를 보고 한 남성 출연자의 매력이 뭔지를 두고서다. 같은 화에서 눈물을 보인 여성 출연자의 심리도 논쟁거리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연애와 결혼이 어려운 현실에서 연애 예능으로 대리만족을 얻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가 20세부터 69세 미혼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4.6%가 조사 당시 연애중이 아니었다. 세부적으로는 46.3%의 응답자가 '현재 연애하고 있지 않다', 18.3%가 '연애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관찰예능은 모두 이 시대의 좋은 소비층들이 갈망하는 것들을 다룬다"며 "내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대신해서 누리게 하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대신 해준다"고 밝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이 그걸 보고 내가 마치 연애를 하는 거 같은 대리 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방송이 뜨는 것"이라며 "프로그램 속 상황에 투영해가면서 느낌을 가져보기도 하고 또 프로그램에서 짝이 안 만들어져도 내가 당장 하는 게 아니니까 그만큼 고통도 덜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출연진들의 외모나 조건이 비현실적인 데서 오는 박탈감이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육각형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있는데 완벽한 인간형을 존경하고 선망한다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연애를 하기가 힘든 이유가 너무 완벽한 어떤 연애를 꿈꾸는 것 같다"며 "출연자들이 이런 육각형 인간에 해당하는데 그런 사람들끼리 만나야 이상적으로 그리는 아름다운 연애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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