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워크아웃 개시일(11일)을 앞두고 결국 백기를 들었다. 기존 4개 자구안으로는 부족하다며 채권단은 물론 금융당국, 대통령실까지 나서 전방위적으로 압박하자 끝내 추가 자구안을 내놓은 것. 이로써 최악의 상황인 법정관리행은 면하게 됐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채권단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자구노력을 충실히 수행하며 그래도 부족할 경우에는 티와이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채권단 설명회에서 "이대로 태영을 포기하는 것은 저만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며 워크아웃 동의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설명회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태영그룹은 6일 만에 입장을 선회했다. 배경엔 채권단과 금융당국, 대통령실까지 나선 전방위적 압박이 있었다.
태영그룹이 자구계획으로 내놓은 4가지 자구안 중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지원이 문제가 됐다. 태영그룹은 매각대금 1549억원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넘기고 나머지는 티와이홀딩스 연대보증채무 변제에 사용했다. 그리고는 태영건설에 청구된 빚을 대신 갚아줬으니 이역시 태영건설 지원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대주주 자체의 빚을 갚은 것이라 반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회사 매각대금 등 자금이)총수 재산의 핵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지키는 데 쓰였다"며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일가의 자구안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구안에 주요 계열사인 SBS나 티와이홀딩스 관련 내용과 사재 출연 언급이 빠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태영그룹은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담보권의 시행되면 그룹 소유권도 바뀔 수 있어 정세가 완전 달라진다"면서 오너일가 지분 담보 제공 가능성을 차단했다.
결국 태영그룹은 지난 8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되지 않았던 89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며 응답했다. 이어 3개 자구안 확약과 함께 그간 불가능하다고 일관했던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SBS 지분 담보 제공까지 약속했다. 법정관리로 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태영그룹의 4가지 자구안이 약속대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워크아웃 개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을 재기 시킨다는 워크아웃의 전제로 보면 보증채무로 해당기업을 어렵게 하는 건 맞지 않다"며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가 갖고 있는 총 320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 부담을 채권단이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TY홀딩스가 보유한 2300억원 가량의 보증채무가 유예되면 채권단과 채무자간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협의가 순항할 가능성이 커진다. 태영그룹이 현재 보유한 유동성을 태영건설에 투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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