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계는 '티빙'에서…OTT 스포츠 경쟁 거세진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김승한 기자 | 2024.01.08 17:10

KBO, 온라인중계권 '우선협상대상자'에 티빙 선정
1200억 배팅에도…"드라마·영화보다 저렴"

15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올스타전 드림 올스타와 나눔 올스타의 경기, 나눔 올스타의 8대 4 승리,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2023.07.15./사진제공=뉴시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의 스포츠 콘텐츠 경쟁이 뜨겁다. 티빙은 앞으로 3년간 국내 프로야구의 온라인 중계권을 따내는데 약 1200억원을 배팅했다. 고정 팬층이 두꺼운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해 구독자 정체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J ENM의 자회사인 OTT 티빙은 '2024∼2026년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경쟁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KBO(한국야구위원회)도 "우선협상대상자인 CJ ENM과 세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최종 완료 시 계약 규모 및 주요 사항 등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중계권 입찰에는 △티빙 △네이버 컨소시엄(네이버·SK텔레콤·LG유플러스·아프리카TV)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스포티비 및 OTT 스포티비나우 운영사) 등 3곳이 참가했다. 중계권 보유 사업자는 KBO 경기 및 주요 행사의 국내 유무선 생중계, 하이라이트 등 VOD(주문형비디오) 스트리밍·재판매 권리 등을 보유하게 된다.


5년 간 8억명 시청한 프로야구…티빙, 1200억원에 낙찰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KBO의 온라인 중계는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카카오 다음)이 맡아 왔다. TV 시청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 국민이 이용하는 포털·통신사의 접근성도 뛰어난 덕분에 이용자는 급증했다. 5년간 네이버 컨소시엄은 약 3600경기를 생중계했고, 누적 시청자 수는 8억명, 하이라이트 VOD 조회수 70억회에 달했다.

이번 입찰에서 티빙은 연 400억원, 3년 누적 1200억원에 달하는 중계권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계약의 연간 중계권료(연 220억원)의 2배에 가깝고, 각각 300억원을 적어 낸 것으로 전해진 네이버 컨소시엄과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의 입찰금액도 압도한 액수다.

티빙은 "시청자들의 시청 경험을 업그레이드하고 디지털 재미를 극대화해 KBO의 흥행과 야구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감을 밝혔다. 또 △구단별 채널 운영과 △2번 클릭 진입할 수 있는 환경 △멀티뷰 분할 등 새로운 중계 방식을 적용하고, 다양한 SNS(소셜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중계 영상의 부가 콘텐츠를 확산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티빙이 유료 구독 플랫폼인 탓에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의 '유료화'를 걱정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티빙 측은 KBO와 실시간 스트리밍의 경우 무료 시청도 가능하도록 하되 '화질·광고·저장' 등 추가 유료화 옵션을 검토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OTT의 새 돌파구로…포털·통신사 '당혹'


미디어 업계에선 티빙의 통 큰 배팅을 새해 OTT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OTT의 이용자 확보가 주로 드라마·영화·예능 등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에 달려 있었다면, 이제는 TV의 마지막 보루였던 스포츠·뉴스 등 생중계까지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티빙의 라이벌인 쿠팡플레이의 경우, 스페인의 라리가와 독일 분데스리가 등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고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경기 등을 생중계하면서 국내 OTT MAU(월간활성이용자수) 1위에 오르는 등 스포츠 콘텐츠 효과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글로벌 OTT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TV는 미국 프로축구(MLS) 경기를, 아마존 프라임은 미국프로풋볼리그(NFL)와 남자프로테니스(ATP) 등을 중계한다.

티빙도 국내 프로 스포츠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 팬층을 가입자로 끌어들인다면, 최근 성장이 더딘 구독자 규모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략이다. 1200억원의 출혈을 감수해야 하지만, 미디어 업계에선 '작품당 수백억원대'까지 치솟은 콘텐츠 제작비를 고려하면, 연간 300억원은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이란 평가다.

하루 300만명의 프로야구 시청자를 빼앗기게 된 포털과 통신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일각에선 티빙이 중계권을 확보한 뒤 포털 등에 '재판매'할지 눈여겨보지만, 이용자 저변 확대가 중요한 티빙의 입장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날 입찰 결과에 대해 네이버 측은 "오픈톡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 야구팬이 모이는 커뮤니티 기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TV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에 아쉽고, 추후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일부 통신사도 "고객들의 볼 권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베스트 클릭

  1. 1 "강형욱, 급여 9670원 입금…잘못 알고도" 전 직원이 밝힌 전말
  2. 2 6세 손녀와 떠난 환갑 여행, 비극 됐다…35명 태운 유람선, 7초 만에 침몰[뉴스속오늘]
  3. 3 김호중 공연 강행→소속사 폐업 이유…"미리 받은 돈 125억 넘어"
  4. 4 김호중 믿고 '100억' 투자했는데 "폐업"…카카오엔터 불똥
  5. 5 "자도 자도 피곤해" 머리 아파 병원 갔더니…뜻밖의 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