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은 최근 세마글루티드 성분과 자살 충동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마글루티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장내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2형 당뇨·비만 환자 약 180만명을 분석했다.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오젬픽', '위고비'를 투약한 환자와 GLP-1 계열이 아닌 다른 비만약을 처방받은 사람을 비교했다. 투약 이후 6개월간 환자 상태를 추적해 처음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부작용 사례를 분석했다. 즉, 이전에 자살 생각·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비만 치료제를 맞고 나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보고한 환자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세마글루티드 성분(오젬픽·위고비)을 투약한 환자가 다른 비만 치료제를 사용한 사람보다 자살 충동을 덜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마글루티드 투약군에서 자살 충동 부작용을 보고한 비율은 0.11%였다. 반면 다른 종류의 비만약 투약군에선 0.43%로 조사됐다. 다른 비만 치료제와 비교해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자살 충동 위험이 73% 더 낮은 셈이다.
연구자들은 "최근 유럽 등 규제기관에서 세마글루티드 성분과 자살 충동 부작용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 오히려 다른 약물과 비교해 자살 충동 위험이 크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 세마글루티드 성분이 안전하다는 근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MA(유럽의약품청)도 지난해 7월부터 위고비와 오젬픽의 자살 충동 부작용을 조사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2명의 사용자가 자살 충동을 겪었고, 또 다른 1명은 실제로 자해를 행했다는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이다. EMA는 오는 4월 자살 충동 부작용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같은 세마글루티드 성분이지만 오젬픽은 2형 당뇨, 위고비는 비만 환자에 처방된다. 특히 위고비는 임상시험에서 주 1회 주사로 참가자 몸무게를 평균 15.3㎏ 줄여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 등 유명 인사들이 본인의 다이어트 비결로 위고비를 지목하면서 유명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 개발이 치열해졌으며 한미약품·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등 국내 기업까지 GLP-1 신약 경쟁에 참전했다.
바이오 시장조사 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에 따르면 올해 오젬픽은 전 세계 의약품 매출에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고비는 전년 대비 올해 매출이 40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고비를 합친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전체 예상 매출은 280억달러(약 36조8000억원)다.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성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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