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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통 다 겪고 응급 제왕절개 최악"…20대 절반은 자연분만 안했다━
과거 제왕절개는 사망했거나 죽어가는 어머니로부터 태아를 꺼내기 위한 기술로 사용했다. '제왕절개=어머니의 죽음'의 의미는 현대 의학의 발전과 함께 정반대로 전환됐다. 특히 고령 임신이 증가하는 오늘날 제왕절개는 산모와 태아 건강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안전한 분만법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우리나라 제왕절개 분만율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공개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Health at a Glance 2023)을 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1000명당 537.7명으로 터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지난 2017년 4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제왕절개 분만율은 2014년 38.7%에서 2018년 47.3%, 2022년에는 61.7%로 급상승했다. 2014년 대비 2022년분만 건수는 43만건에서 26만건으로 거의 반토막 났지만 제왕절개 건수는 16만건에서 15만건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오정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WHO와 여러 분만 전문가는 적정 제왕절개 분만율을 15~20% 수준으로 제안하는데, 이는 제왕절개가 산모와 태아·신생아 사망률과 의료비 감소 등 가족 건강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출산 당사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분만 선택과 경험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관련 연구는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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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건강 좌우하는데…제왕 VS 자분, 제대로 물어볼 곳이 없다━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우선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산모, 태아에게 훨씬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건강상 이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자연분만의 평균 출혈량은 500㎖인데 제왕절개 수술은 평균 500~1000㎖로 최대 2배 많다. 전신 마취 후 태아가 사는 자궁까지 7~8층의 복벽을 절개하고, 아이를 꺼낸 후 층층이 꿰매야 해 절개 범위가 넓고 후유증 위험이 크다. 김수현 강남차여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손상을 가하지 않는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산모의 회복이 빠르고 분만 후 산모, 신생아 합병증 위험이 유의하게 낮다는 건 증명된 사실"이라며 "의료진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자연분만을 권고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오정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는 단순히 출산 방식에 국한되지 않고 산모와 태아의 사망률과 합병증, 나아가 그 가족의 삶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며 "장기적으로 의료비 감소와도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학적으로 '부득이한' 사유를 넘어 훨씬 많은 제왕절개 수술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의 비율이 높고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진다. 지난해 제왕절개 분만율(전체 분만 건수 대비 제왕절개 분만 건수)은 61.7%로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일반적으로 제왕절개의 대상이 되는 30, 40대만이 아니라 20대 산모도 절반 이상이 제왕절개를 선택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통증에 대한 공포다. 과거보다 산통(産痛)이 분만 방식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SNS, 유튜브 등에는 "산통을 모두 겪고 제왕절개 수술하는 것이 가장 최악"이라거나 "자연분만은 (고통) 선불, 제왕절개는 (고통) 후불"처럼 산통과 관련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수현 교수는 "산모들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요즘은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한 경험담이 다수의 산모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오정원 교수는 "분만 시 진통은 고통의 정도에서도 가장 높은 범위에 속한다"면서 "오늘날 가임기 여성이 통증에 약하다고 폄훼해선 안 되지만, 진료실에서조차 진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등 '사전 준비'할 기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계획 출산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졌다. 자연분만(유도 분만 제외)은 분만 날짜는 물론 진통 시작·지속 시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진통을 겪다 응급상황이 발생해 제왕절개를 하는 산모도 절반은 넘지 않지만 10명 중 2~3명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출산 과정에 회음부 절단으로 인한 통증, 단기적인 골반기저근 기능 저하로 제왕절개 못지않은 후유증을 경험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제왕절개는 출산 과정과 후유증을 어느 정도 통제·예상할 수 있다. 분만 전후로 양육과 휴가(휴직) 기간을 고려해야 하는 직장 여성에게 제왕절개는 자연분만보다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지난해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의료 현장의 분위기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김수현 교수는 "판결문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왜 빨리하지 않았는지, 무리해서 자연분만 시도를 지속한 것이 아이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는지 등이 언급됐다"며 "이후 의사들도 분만을 진행하다 조금이라도 위험이 감지되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더 빨리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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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교육하고 산모와 공감하는 '출산파트너'…제왕절개 절반으로 '뚝'━
산부인과 세부 전공은 출산을 담당하는 산과(産科)와 자궁근종이나 난소암 등 질환을 책임지는 부인과(婦人科)로 나뉜다. 이 중 임신·출산을 다루는 산과는 거의 전멸 직전이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60~70%로 저조한 상황에 산과를 선택하는 의사는 '씨가 마르고' 있다. 김수현 강남차여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과 분야에서 젊은 의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법원이 분만 시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서도 수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병원을 지켰던 의사들마저 그만둘 생각을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왕절개의 증가는 의학적으로 고령 임신, 다태아 임신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0대 이상뿐만 아니라 10대, 20대 등 모든 연령 집단에서 제왕절개 분만율이 증가하고 있어 이것만으로 증가 추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제왕절개는 자연분만과 비교해 산모와 태아 건강에 모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제한적으로 시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산모의 요청 등이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받는 의사도 자연분만을 위해 길게는 수일을 대기하며 긴장하는데, 전문의 부족이 점점 심해지는 만큼 향후 물리적인 한계 등으로 제왕절개 분만율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산모가 원하는 방식으로, 안전하게 분만할 '권리'를 확보해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출산율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 의료를 구성하는 산부인과 유인·육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정원 교수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는 단순히 출산 방식을 넘어 산모와 태아의 건강과 그 가족의 삶, 평생 의료비와도 연관된다"며 "우리나라 여성이 제왕절개를 선호하거나 받아들이는 이유에 대한 양적·질적 연구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정책이 조속히 개발·실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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