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만큼 쓴다' 원칙 깨는 삼성SDI…올해만 5조원 이상 투자한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4.01.07 16:35
삼성SDI가 올해 투자에 변속기어를 올린다. 5조원 대 시설투자를 통해 향후 3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7일 배터리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CAPEX(설비투자)는 상장 후 역대 최고 수준인 5조원 대로 관측된다.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4조원 대로 예상된다. 최근 4년 동안 삼성SDI의 CAPEX가 EBITDA 범위 안에서 결정돼왔던 것과 차이나는 대목이다.

삼성SDI는 2020년 이후 '번 만큼 투자한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후발주자인 SK온이 전기차 시장의 개화에 맞춰 양적성장을 적극 추구해온 것과 온도차가 있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10조원, SK온은 7조원 수준의 CAPEX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SDI는 이에 크게 못미치는 3조원 대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경우 한국·중국·말레이시아·헝가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라인을 갖춘 후 팽창보다 내실을 추구해왔다는 게 배터리 업계의 평가다.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완성차 기업을 주 고객으로 두고 고부가 제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왔다. 2022년 영업이익률이 9%에 달하며 경쟁업체(6% 내외)들을 압도할 정도였다. 올해도 메탈 가격 하락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7~8% 수준의 이익률을 꾸준히 시현해왔다.


이런 질적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향후 양적으로도 '점프'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올해 투자 확대에 힘입어 삼성SDI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현재 100GWh(기가와트시) 가량에서 2026년 200GWh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말레이시아와 헝가리 등지에서 대대적인 증설에 나서고 북미에도 스텔란티스(33GWh) 및 GM(30GWh)과의 합작 공장을 추가한다. 2027년 이후 스텔란티스 합작 2공장(34GWh)까지 완공하면, 북미에서만 100GWh에 육박하는 양적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2025년 이후 전기차 시장의 '랠리'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최근 고금리 등의 여파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주춤한 게 사실이지만, 시장의 장기 성장성은 여전하다는 판단에 가깝다. 더욱 커질 이차전지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 확대가 필수적이란 것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이후 "2025년 이후 주요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생산 라인 확대 등이 예정돼 있다"며 "근본 방향이 바뀐 게 없다"고 밝혔다.

북미 생산라인을 크게 늘리는 것을 미뤄볼 때,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AMPC(생산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보다 조기에 누리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 이미 미국 생산라인을 갖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경우 올해만 총 3조원에 달하는 AMPC를 수령할 게 유력하다. 삼성SDI 역시 미국 인디애나에 추진 중인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의 가동 목표를 기존 '2025년'에서 '올해 말'로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그동안 유지해온 보수적인 투자원칙을 깨고 다시 한 번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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