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맡기면 감형" 피해자 외면한 '형사공탁', 대법원 내일 개선 논의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 2024.01.07 06:00
=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5.8.20/뉴스1

대법원이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피고인이 법원에 합의금을 맡기면 형을 감경받을 수 있는 형사공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오는 8일 오후 3시 제129차 회의를 열고 형사공탁 관련 양형기준을 논의한다.

공탁은 양형기준상 감경 요소에 들어가지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공탁을 감경 요소에서 배제한다는 규정이 없어 법원의 선고일 직전 감형을 노린 기습적인 꼼수 공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날 양형위에서는 감경이 적용되는 공탁을 어디까지로 볼지 등 구체적인 기준 설정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21일 형사사건 피해자들이 공탁금을 수령 또는 거부하는 절차를 빠르게 하는 내용의 대법원규칙을 개정했다.

2021년 12월부터 피해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공탁이 가능해지면서 피해자는 공탁금 관련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자신이 피공탁자임을 증명하는 '동일인 확인 증명서'를 공탁소에 제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법원이나 검찰을 최소 2회 방문해야 하고 증명서를 받기까지 일주일 가까이 시간이 소요됐다.


대법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과 검찰이 공탁관으로부터 공탁사실을 통지받으면 동일인 증명서를 직권으로 발급해 공탁소에 송부하게 했다. 관련 절차가 크게 간소화되면서 피해자들이 공탁을 원하는지 거부하는지 의사를 더 쉽게 진술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선고기일 직전 기습공탁으로 피해자가 의견을 진술할 물리적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동일인 증명서 직권발급도 피해자가 공탁사실을 알기 전에 기습공탁으로 선고까지 마친 경우엔 무용지물이다.

법조계에서는 '변론종결 후 들어온 공탁에 대해 추가 변론기일을 열거나 선고기일을 늦추는 등 피해자 의견진술을 보장할 수 있다'는 내용을 재판예규에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판예규는 재판업무처리의 통일을 기하기 위해 정한 일종의 지침이다.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은 재판에 관한 사항을 예규에 담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로 이 같은 의견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이미 '정상자료로 공탁서가 제출된 경우의 유의사항'이란 이름의 재판예규에서는 법관이 공탁을 양형에 참작할 때 '공탁금 회수 제한 신고서'가 첨부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어 공탁 관련 재판 절차에 대한 사항을 예규에 담는 게 법원의 의지 문제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습공탁으로 피해자의 의사가 배제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법원이 재판예규를 바꾸는 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며 "양형에 공탁이 반영됐다는 것은 판사가 공탁사실을 인지했다는 의미로 이에 대해 피해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예규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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