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옮기고도 체면 구긴 포스코DX…엘앤에프·HLB 어쩌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4.01.04 17:18
기업가치 제고 목적으로 코스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상장한 포스코DX가 계속되는 주가 하락에 체면을 구겼다. 기대했던 것보다 미미한 수급 효과와 재료 소멸, 과도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등으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인 엘앤에프HLB도 코스피 이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시장을 옮기는 것 만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코스피 시장에서 포스코DX는 전일 대비 1000원(1.59%) 하락한 6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이전상장 첫날부터 6.2% 급락했고 그 다음날에도 9.63% 하락했다. 이전상장 직전 주가 대비로는 16.58% 조정을 받았다.

당초 포스코DX는 디지털전환(DX)을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서 자본시장 내 위상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이전상장설이 나오며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2022년말 6250원이던 주가는 지난해 말 7만4200원까지 오르며 1년 동안 1087.2% 상승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9500억원에서 11조2810억원으로 불어났고 코스닥 시총 순위도 46위에서 4위로 점프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코스피 시장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조정이 시작됐다. 증권가에서는 이전상장 기대감이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가운데 이전상장 완료로 재료가 소멸된 것이 주가 조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DX는 철강분야를 주력으로 건설, 소재 등 다양한 산업에서 스마트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2차전지 열풍과 함께 포스코그룹이 주목받으며 계열사 포스코DX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1527억원, 영업이익 647억원, 순이익 459억원을 기록했는데 시총은 10조원을 돌파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지속됐다.

코스피 이전상장으로 인한 수급효과도 기대보다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외국인과 기관 등 이른바 큰 손들의 패시브 자금 유입이다. 주요 기관들은 코스피 같이 대형주를 기초로 한 지수 상품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데 코스피 지수나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는 것만으로도 이 같은 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포스코DX의 경우 이미 이전상장 전부터 코스피 이전에 대비한 주요 기관들의 리밸런싱(자산비중 조정) 수요로 인해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포스코DX의 코스피 이전으로 인해 연기금이 추가로 매입해야 할 수요는 약 2440억원이다. 포스코DX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제출한 지난해 10월10일 이후 지난해말까지 연기금의 포스코DX 순매수 규모는 1650억원이다. 매입 수요의 약 70%가 이미 유입된 셈이다. 추가로 기대할만한 자금 유입 규모는 약 800억원 수준으로 포스코DX의 주가를 끌어올리긴 역부족이다.

코스피200 지수 편입으로 인한 패시브 자금 유입도 크지 않다. 코스피200 추종 자금을 약 20조원으로 가정하면 포스코DX가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된다 해도 패시브 자금 유입은 64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포스코DX뿐 아니라 지난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3개 종목 모두 이전상장 이후 주가는 부진하다. SK오션플랜트는 지난해 4월19일 코스피로 이전한 이후 현재까지 주가는 11.74% 하락했고 비에이치와 NICE평가정보 역시 각각 31.16%, 24.25% 떨어졌다.

코스피 이전상장 효과가 기대보다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곧 이전상장이 예정된 엘앤에프와 HLB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에 이전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한 엘앤에프는 빠르면 이달 중 이전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HLB는 지난달 코스피 이전을 위한 주주총회 승인을 받았고 오는 2~3월에는 이전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시총 순위는 엘앤에프가 4위, HLB가 5위인데 코스피로 옮기면 시총 비중은 떨어진다. 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순 있지만 규모는 각각 740억원, 250억원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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