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베이루트 공격, 침묵 불가"…커지는 중동 '확전' 우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4.01.04 11:05

[이·팔 전쟁] 이스라엘 공격으로 하마스·헤즈볼라 고위 인사 피살

3일(현지시간) 레바논 시민들이 하산 나스랄라의 TV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고위 인사를 암살한 것을 두고 "침묵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산 나스랄라는 이날 TV연설에서 "적(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해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우리는 어떤 제한도, 규칙도 없이 싸울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은 약해졌다"면서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하마스 사무실을 공습했다. 이 공격으로 하마스 정치국 2인자이자 전체 서열 3위로 평가받는 살레흐 알아루이 등 6명이 사망했다.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 지역이 아닌 수도 인근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알아루이 사망의 후폭풍은 거셌다. 하마스는 "테러 행위이자 레바논 주권 침해"라며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모든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는 이스라엘을 향해 "레바논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가장 적대적인 세력 중 하나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양측은 2006년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인 골란고원을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 바 있다. 당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해 34일간의 전쟁을 벌였고, 이 전쟁으로 1000명 이상의 레바논인과 15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 헤즈볼라는 로켓과 대전차 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서 공세를 강화했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거점을 공격하고 있다. 지금까지 레바논 영토에서 120명 이상의 헤즈볼라 대원과 20여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레바논 남부에 공습을 벌였으며, 이로 인해 헤즈볼라의 고위 인사인 후세인 야즈벡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아닌 곳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들이 피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확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보다 막강한 전력을 가진 헤즈볼라가 본격적으로 전쟁에 뛰어들면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합류해 중동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본부장은 CNBC에 "배후가 분명한 이번 공격으로 인해 헤즈볼라가 더욱 단호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이 이스라엘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일 것"이라며 "헤즈볼라를 더 큰 전쟁으로 몰아넣는 동시에 모든 곳에서 하마스 지도부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스라엘 안보 강화를 위해 지역 주변의 모든 (이란) 대리인을 약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으면서 "어떠한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4일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을 방문, 상황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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