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獨수도 베를린도 한 지역에 불과하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4.01.05 04:31

독일 전역에 분포한 277개 연구소, '사회·경제 혁신' 주체
국토면적 88.2% 활용하면 미래 저출생·저성장 위기 극복

약 280개에 달하는 독일 전역의 연구소. 개별 연구소는 독일 사회·경제를 혁신하는 '언성 히어로'(Unsung Hero·숨은 영웅)로 자리매김했다. / 그래픽=조수아 디자인기자

"독일에 지역인재라는 개념은 없다."

이공계 인재육성 비책을 찾기 위해 지난달 방문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뜻밖의 비밀을 들었다. 전국에 분포한 277개 연구소를 중심으로 대학과 기업이 사람을 키우고 첨단산업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처럼 별도 지방(地方) 인재육성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독일에선 연방정부와 16개 주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소만 약 280곳에 달한다. 막스플랑크연구회(순수기초과학)를 비롯해 프라운호퍼연구회(산업응용기술) 헬름홀츠협회(거대과학) 라이프니츠협회(학제융합연구) 산하 연구소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에 방문한 바이에른주 뮌헨의 막스플랑크 플라스마물리연구소와 천체물리연구소는 뮌헨공대 등과 캠퍼스를 같이 쓰며 연구·교육을 이끌었다. 헤센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학연구소와 뇌연구소도 프랑크푸르트대, 괴테대 등과 함께 인재와 산업을 키워냈다.

역사가 다른 만큼 독일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독일이 19세기 과학 전성기를 달렸다면 한국은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부터 과학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과학도 진정한 기초과학이라기보단 경제발전에 필요한 산업 응용기술 개발이 목적이었다. 한정된 자원·인력을 모아놓은 게 현재의 대덕연구단지 내 20여개 연구소다.


이 체제에 더해 앞으로 전국에 기초과학·응용기술 등 다양한 이공계 연구소 증가가 필요하다. 전세계 막강 기술력을 보유한 '히든챔피언' 기업의 48%(1308곳)가 독일에 모여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히든챔피언을 뒷받침한 중심축이 바로 약 280개 '언성 히어로' 연구소다.

한국은 압축성장 과정에서 국토면적의 11.8%(서울·경기)에 인적·물적 자본을 집약했다. 앞으로 지역의 88.2% 자원을 과학기술 기반으로 활용·혁신한다면 각종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역소멸과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저성장 위기 등을 극복할 수 있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현실이 저출생과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한국은행 보고서)는 분석도 지역이 첨단산업 기반으로 무장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첨단기술력을 보유한 독일 등 선도국에선 수도(首都)도 한 지역에 불과하다. 그 방향이 한국이 나아갈 길이다.

김인한 머니투데이 과학기자. /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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