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원 팜에프 대표(1958년생)도 2020년 3월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강원도청 공무원으로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면서 창업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가 취미생활로 즐겨왔던 주말농장에, 최근 공부하게 된 '아쿠아포닉스' 농업기술을 활용하면 성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6월 첫 재배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팜에프는 지난해 2억원, 올해는 약 5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오팔세대 창업가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억지 창업이 아니다. 은퇴 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혁신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이 창업생태계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세운 스타트업들은 청년 스타트업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노하우, 다양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다.
━
기술창업 60대 비중 12%…7년 전보다 두 배 증가━
기술기반업종은 제조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서비스업 등 지식기반업종을 의미한다. 특히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으로 창업을 한 것은 지분투자 유치 등을 통해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60대 퇴직자들이 이제는 치킨집이나 카페 같은 자영업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모습"이라며 "그간 현장에서 쌓은 기술·경험을 값어치 있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60대 창업가 대부분은 생계 때문에 창업한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진흥원이 2021년 기준 업력 1~7년차 창업기업 8000개사를 조사한 창업기업실태조사에서 60대 이상 창업가들은 창업동기(복수선택)로 '더 큰 수입을 위해'(49.6%), '적성에 맞아서'(34.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생계형에 해당하는 '다른 선택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16.8%에 그쳤다.
━
매출·투자유치 등 경영실적도 청년층 앞서━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시니어 스타트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벤처투자를 유치한 257개 벤처기업 중 창업자의 창업 당시 나이가 50대·60대 이상인 곳은 29.6%(76곳)로 30대·20대 이하(26.8%, 69곳)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청년 스타트업에 비해 시니어 스타트업들은 기술 전문성과 사업 경험이 풍부해 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투자업계도 아이디어 기반인 청년 창업보다 기술·경험 기반인 시니어 스타트업들이 리스크가 더 적다고 보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니어 창업 지원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시니어 창업에 퇴직금 등 자기자본이 과도하게 투입되지 않도록 자금 지원을 늘려야한다고 지적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니어 기술창업 실태와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시니어 기술창업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자금조달에 '퇴직금 등 자기자금'이 46.1%를 차지하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시니어 기술창업 자금 확충 등 2010년대 중반 청년창업 촉진과 같은 적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