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농산물 도매시장의 새해

머니투데이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 2024.01.04 02:03
김성훈 충남대 교수
우리나라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은 1985년 개장한 서울 가락시장을 포함해 전국에 32곳이 있다. 이들 도매시장은 산지에서 수집된 농산물의 가격을 매기고 소매업체 등으로 농산물을 분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유통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중요 시장이다. 그럼에도 농산물 도매시장은 계속 위축되고 있는데 최근 10년간 도매시장별 거래물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32개 도매시장 중 24곳의 거래물량이 감소해 도매시장의 쇠락기가 오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농산물 도매시장의 거래물량 감소는 인구감소 및 고령화로 인한 농산물 소비규모 정체 등의 구조적 원인과 ICT 4차 산업화로 촉발된 온라인 유통의 급성장 등 경쟁적 원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유통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진화 및 성장의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데 도매시장은 물론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도시의 일부 농산물 도매시장은 일주일 대부분을 개점휴업상태로 지내며 시장 폐장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는 우리나라 농산물 도매유통에 상당한 변화가 진행된 해였다. 11월 말에 개장한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약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거래물량과 금액이 각각 1500톤, 40억원을 달성해 올해 목표인 거래금액 5000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38년의 농산물 공영도매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모든 도매시장이 5개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종합적인 도매시장 발전전략을 끊임없이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개설자인 지방자치단체와 도매시장 유통에 종사하는 도매시장법인 및 중도매인 등 유통주체 모두에 위기와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도매거래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도매시장 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농안법 조항에 대한 개정을 촉발해 그야말로 칸막이 없는 경쟁을 통해 의지와 역량이 있는 유통주체와 도매시장이 치고 나갈 수 있게 됐다. 또한 도매시장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개설자와 유통주체가 도매시장의 내부 실태와 경쟁시장을 포함한 외부 여건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다음 농산물 유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수립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이제 농안법의 테두리 안에서 산지에서 들어오는 농산물을 받아서 다시 내보내는 수동적인 도매시장 유통에서 벗어나 전국의 생산자와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생존과 성장을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하는 2024년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이 5년 뒤 모두 성장하고 발전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과거 10년 동안 거래규모가 증가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의 비중이 25%에 불과했던 것처럼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의 여건이 그리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만 새로 바뀐 환경이 시작되는 올해부터 도매시장 개설자와 유통주체가 합심해 도매시장을 바꿔나간다면 앞으로 10년 동안은 거래규모가 증가하는 도매시장의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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