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에 간접적으로 대출을 내준 금융사 중엔 캐피탈·저축은행·상호금융조합 등 2금융권이 적지 않다.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하고 연체율이 높아 태영건설의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영건설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간접 채무만 9조원이 넘는다.
2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금융채권단에 보낸 문건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부동산PF 사업을 위해 간접적으로 금융사에 차입한 금액(보증 채무)은 9조1816억원이다. 태영건설이 금융사에 직접 빌린 금액은 1조3007억원으로 보증 채무가 직접 채무의 8배에 육박한다.
보증 채무는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아니라 시행사가 받은 PF대출이지만 태영건설이 보증을 서 사실상 태영건설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로 분류된다. 시행사는 캐피탈·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 PF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태영건설 보증 채무의 채권자 중에도 2금융권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태영건설에 직접 PF대출을 내준 금융사는 자본력이 충분한 은행 등이다.
2금융권 중에서도 캐피탈사와 증권사가 태영건설 부동산PF 익스포저에 많이 노출돼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부동산PF 익스포저는 총 1조6961억원으로, 이 중 캐피탈사로부터 조달한 간접 채무가 6696억원(37.7%)에 이른다. 저축은행의 간접 채무는 733억원(4.1%), 카드사는 965억원(5.4%), 증권사는 9121억원(51.3%) 등이다. 한국신용평가의 집계는 중도금대출연대보증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산업은행이 파악한 금액과는 차이가 있다.
캐피탈사는 자본력이 약하고 연체율도 높아 이번 위기에 특히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캐피탈사의 PF대출 연체율은 4.44%이다. 증권사(13.85%), 저축은행(5.56%)보다 낮지만 은행(0%), 보험(1.11%), 상호금융(4.18%)과 비교하면 높다. 은행, 보험사와 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금융은 PF대출을 내줄 때 선순위 채권자로 들어가 사업이 중단돼도 원금과 이자를 건질 수 있으나 캐피탈사는 대체로 후순위 채권자라 원금 손실 가능성도 크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당장 유동성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부동산PF 시장이 침체되면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부동산PF 위기가 발생하면 캐피탈사의 회사채 수요가 제일 먼저 줄어든다"며 "아직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지만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2금융권이 지난해초부터 부동산PF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실히 쌓은 만큼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란 분석도 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그간 금융당국 주도로 부동산PF 사업장에 만기 연장도 진행하고 충당금 적립액도 늘렸다"며 "직접적인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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