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은 홍해 남쪽으로 북쪽으로 이동하던 머스크의 컨테이너선 항저우호가 이틀 사이 후티 반군의 연속 공격을 받은 뒤 나온 것이다. 항저우호는 30일 홍해 남부를 통과하던 중 후티 반군이 쏜 미사일에 피격당했다고 신고했고 이에 인근에 있던 구축함이 후티 반군의 미사일 2발을 격추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31일에도 항저우호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미군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고속정단을 통해 항저우호에 접근해 소형 화기로 발포하고 승선을 시도했다. 이후 미군은 헬기를 출격시켰고 후티 반군이 미군 헬기에도 발포하자 응전에 나서면서 후티 선박 4척 가운데 3척을 침몰시켰다. 1척은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후티 반군 1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분쟁 시작 후 미군과 후티 반군 간 근접 교전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머스크 측은 후티 반군의 두 차례 위협에도 선원들은 안전하며 선박은 계속해서 홍해 북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 이후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의 표시라고 주장해왔다. 후티 반군은 11월 중순 이후 20차례 넘게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 미국은 후티 반군의 공격을 이란이 돕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사이에 있는 홍해 전 세계 교역의 약 12%를 처리하는 주요 교역로로, 수에즈 운하와 연결돼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의 지름길로 이용된다. 하지만 홍해 긴장으로 주요 상선들이 홍해 대신 희망봉을 거쳐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물류 지연과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에 미국은 홍해 교역로를 지키기 위해 동맹국을 설득해 해군 태스크포스(TF)를 꾸렸으나 후티 반군의 공격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후티 반군의 계속된 공격은 해운사들에 홍해 운항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후티 반군의 도발이 미군과의 교전으로 이어지면서 중동 확전 우려도 커진다. 위기관리회사 레인네트워크의 라이언 볼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선임 애널리스트는 "후티 반군이 미국 전략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동맹국이 홍해를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호위한다고 해도 후티 반군의 공습을 단념시킬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홍해 안전 확보를 위해 후티 반군을 선제공격할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1일 ABC뉴스 인터뷰에서 선제공격 계획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홍해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해상 무역로이며 우리는 이곳을 통한 교역이 유지되도록 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우리는 분명 후티와 충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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