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에 희생된 이선균…영화감독조합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 2023.12.31 07:48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 故 이선균의 빈소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아내인 전혜진이 상주로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29일, 장지는 전북 부안군 선영이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12.27 /사진=이동훈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고(故) 이선균을 추모했다.

DGK는 30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부박하기 그지없는 세상을 두고 황망히 홀로 떠나간 이선균 배우를 떠올려본다"며 긴 추모의 글을 올렸다.

조합측은 "배우의 소임은 한 인간이 자신이 온몸으로 겪고 느낀 것들을 켜켜이 마음 한 곁에 쌓아두었다가 카메라 앞에 그간의 삶을 바쳐 꺼내어 놓는 일이 아닐까 한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자기의 소임을 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데뷔 초반 7년간의 오랜 무명 생활을 떨치고 굵직한 드라마로 세간에 주목받았지만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가리는 것 없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가서 날개를 펼쳤다"면서 "오랜 인연의 부탁에 기꺼이 우정 출연과 무보수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고 큰 명성을 기대할 작품에 상대 배역을 빛나게 해주는 것에 절대 인색하거나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과한 연기가 드물었던 배우. 그래서 더 용감했던 배우였다. 늘 그가 출연한 작품에 상대 배우들은 이선균 배우 때문에 더 반짝였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무명의 배우들을 부득부득 술자리에 데려와 감독들 앞에 자랑하기 바빴다"고 적었다.

이들 단체는 "그의 범죄혐의가 확정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됐고, 구체적인 수사 상황과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됐다"면서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 과정에서 그가 겪었을 심적 부담감과 절망감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우리는 그를 끝내 지켜주지 못했다. 삶을 던져 카메라 앞에 물질화되어 작품으로 영원히 남겨지는 배우의 숙명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다. 비통하다. 이제 와 부끄럽지만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도 반드시 힘을 보태겠다.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지 약 두 달 만인 지난 27일 오전 성북구 한 노상 차량에서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같은 날 오전 10시30분쯤 이선균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지난 29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의 발인이 거행됐다.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 발인에는 배우 이성민, 류승룡, 조진웅, 설경구, 박성웅, 류수영, 최덕문, 유해진, 공효진, 김동욱, 정영주 등이 참석했다. 유골은 경기 광주 삼성엘리시움에 안치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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