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비서실장 교체의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의 정무감각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여권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초 국정운영의 안정성 등을 위해 비서실장 교체를 미뤄왔지만 최근 여당에 새 지도부 체제가 꾸려진 만큼 대통령실도 발맞춰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의 경우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힘을 쏟는 분야인 경제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안정적인 리더십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국회와의 소통이나 대언론 홍보 등 정무적 측면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갈 경우 대통령실은 비서실장이 주가 돼 이끌게 되는데, 그간 순방 때 대통령실의 활동이 윤 대통령의 기대만큼 활발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도중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갑작스레 사의 표명을 하는 등 리스크 관리가 원활하지 않았던 점도 고민의 한 지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김 실장이 상대적으로 정무 분야에서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어려운 선거인 총선을 앞두고 당이 새 지도부 체제를 꾸리는 등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는데, 비서실장도 조금 더 정무감각을 갖춘 분이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후임으로 내정된 이관섭 정책실장의 경우 대통령실 국정기획실을 이끄는 국정기획수석을 맡은 뒤 윤 대통령의 일정, 메시지 등을 총괄하며 뛰어난 정무감각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이번 비서실장 교체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에서부터 이어져 온 윤 대통령의 쇄신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참모들에게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하고, 해외순방을 떠나면서도 "비서실장부터 수석, 비서관과 행정관까지 모든 참모도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국민들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라"고 당부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주요 직책의 경우 교체를 하더라도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통과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실장은 이날 이 실장에 대한 인선을 발표하면서 "같이 일하며 옆에서 지켜봤는데,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역량은 물론 정무감각까지 갖춘 분"이라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누구보다도 잘 보좌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자신이 사직 의사를 밝힌 이유에 대해 "연말이면 제가 비서실장을 한 지 20개월이 좀 넘어간다"며 "20개월이면 대통령 임기의 3분의 1 정도 된다.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비서실장은 3명 이상이었기 때문에 제가 20개월 정도 하면 제 소임은 다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얼마 전 대통령께 말씀을 드렸다. 대통령께서 생각해 보자고 하시다가 그제(26일) 승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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