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지난 21일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대만 경제발전성과 회고 및 미래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NDC는 2022년 대만 국내총생산(GDP)이 7605억달러로 세계 21위를 차지했으며 2016년~2023년 기간 연평균 3.17%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동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띈 건 대만 증시와 중국 증시 수익률 차이다.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이후 대만 증시가 117.4% 상승하는 동안 중국 증시는 4.3% 상승에 그치면서 주가로 따지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압도했다.
대만 증시와 중국·홍콩증시를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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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증시 상승률 117.4%…中 4.3% 상승, 홍콩은 15.4% 하락 ━
2018년초 3만선을 상회하던 홍콩 항셍지수가 1만6000대로 하락하는 동안 가권지수가 1만선에서 1만7000선대로 상승하면서 항셍지수를 추월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게다가 홍콩 항셍지수 하락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기업을 겨냥한 시진핑 정부의 반독점 정책 영향이 결정적이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동아시아로 눈을 돌려보면 97% 상승한 일본 증시가 돋보였고 한국, 싱가포르 증시는 각각 31.6%, 12.8% 올랐다.
중국은 상하이거래소, 선전거래소 및 베이징거래소 등 3개의 증권거래소가 있다. 그나마 상하이거래소 상장 종목으로 구성된 상하이지수는 주로 대형 국유기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하락폭이 작지만,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민영 중소기업과 기술주들의 하락폭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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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의 경쟁력을 대표하는 시가총액 5대 기업 ━
이들이 상장된 거래소는 제각각이다. 텐센트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돼 있고 마오타이는 상하이거래소, 공상은행은 상하이와 홍콩 거래소에 동시 상장돼 있다. 알리바바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홍콩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며 핀둬둬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상태다.
대만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1위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TSMC다. 시가총액은 5417억달러(704조원)에 달한다. TSMC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차이가 난다. 2위는 세계 5위 팹리스(반도체설계)기업 미디어텍(515억달러)이 차지했다. 3~5위는 애플 협력업체인 폭스콘(466억달러), 대만 최대 통신사 중화텔레콤(297억달러), 금융지주인 푸본파이낸셜(271억달러)이다.
2016년 5월말 1242억달러(161조원)에 불과하던 TSMC 시가총액이 5417억달러(704조원)로 4배 넘게 커졌다는 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TSMC의 입지가 크게 확대됐다는 걸 의미한다. 미디어텍 역시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3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는 등 대만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돋보인다.
반면 중국 상장기업 중 시총 1위인 텐센트는 시총이 2016년 5월말 2097억달러(273조원)에서 2021년 2월말 8189억달러(1065조원)로 4배 가까이 급증했으나 지난 12월 26일에는 반토막도 안 되는 3575억달러(465조원)로 감소했다. 4위를 차지한 알리바바도 같은 기간 시총이 2029억달러(264조원)에서 6503억달러(845조원)로 급증했으나 다시 1931억달러(251조원)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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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반독점 정책으로 폭락한 주가━
중국 정부의 인터넷 기업 규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2일 중국 국가신문출판방송총국이 이용자 지출한도 설정, 확률형 아이템 제공 금지 등 과금 유도행위 제한을 골자로 한 게임 규제 초안을 발표하자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가 12.8%, 넷이즈가 24.6% 폭락했다.
중국 빅테크의 직접적인 경쟁자는 대만 기업이 아닌 미국 빅테크다. 바로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7)'이라고 불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 대형 기술주 7개다.
올해 이들 'M7'이 75% 상승한 데 반해, 중국 빅테크기업은 죽을 쑤면서 기술경쟁에서도 미중 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자국 인터넷 기업 규제가 국가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만은 미국 등 세계 각국의 반도체 투자 열기와 인공지능(AI) 호황을 타고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대만은 차이잉원 총통 취임 이후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新)남향 정책을 추진하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올해 1~11월 대만의 대외투자 중 아세안 투자 비중은 19.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중국(11.5%)를 넘어섰다.
대만을 보면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떠오른다. 중국도 해협을 두고 대치 중인 대만의 역량을 쉽사리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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