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걸프협력이사회(GCC)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2008년 공식협상 시작 이후 15년 만이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오만 등 6개국이 포함된 중동 지역협력기구다.
FTA 타결로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자동차 부품·화학제품 등의 관세가 상당수 철폐된다. 방위산업 수요가 급증하는 중동 시장에서 무기류 관세 철폐는 수출 상승세를 이끌 전망이다. GCC의 주력 생산품인 천연가스와 일부 석유제품은 우리측 수입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해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28일 서울에서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Jassim Muhammad Al-Budaiwi) GCC 사무총장과 한-GCC 장관회담 계기로 한-GCC FTA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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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 세번째 FTA…1차 협상 후 15년 만━
한-GCC FTA 협상은 2008년에 제1차 공식협상이 개최됐지만 2010년 GCC측은 FTA 정책 재검토를 이유로 한국을 비롯해 EU, 일본, 중국, 호주 등과 진행 중이던 모든 FTA 협상을 중단했다. 한-GCC FTA 협상도 10년 이상 중단됐다가 지난해 협상이 재개됐다. 올해 한국과 GCC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한-GCC FTA 협상의 조속한 타결 필요성에 대한 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GCC 6개국과 우리나라 간 교역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026억 달러(약 132조8157억원)에 달한다. 현재 교역 품목 수 기준 시장개방 수준은 한국은 89.9%, GCC는 76.4%다. 이번 FTA를 통해 전체 품목 중 우리나라는 89.9%, GCC는 80.5%에 적용되는 관세를 20년 내 철폐하거나 감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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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방산 수출 관세 철폐…에너지 수입 관세 철폐━
무기류도 대부분 품목의 관세가 철폐돼 무기 수출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GCC의 주력 생산품인 천연가스, 일부 석유제품 등은 우리측 수입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나프타는 관세를 50% 감축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생산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 의료기기·화장품 등 수출유망품목과 쇠고기·참깨·조미김·어묵 등 주요 농축수산물 분야에서 GCC측 관세가 철폐돼 중동 식품 교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GCC측 농산품의 경우 국내 생산이 없는 대추야자, 홍차 등 품목 위주로 개방함으로써 국내 관련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GCC 6개국 모두 자국 제조업 육성을 포함해 비석유 분야 산업기반 구축에 적극적이며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예정됐다. 향후 의료기기·화장품, 농축수산물을 포함해 GCC로의 수출품목이 다변화되는 데 있어 한-GCC FTA가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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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료 시장 개방…K-콘텐츠 확산 기대━
한-GCC FTA는 별도의 경제협력 챕터를 통해 △에너지·자원 △기업방문 △정보통신기술(ICT) △과학기술 △보건산업 △농·임·수산업 △건설 인프라 △바이오경제 △스마트팜 △시청각서비스 △항공서비스 △첨단산업 등 12개 분야를 중심으로 혁신적이고 포괄적인 경제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에너지·자원, 바이오경제, 첨단산업, 스마트팜, 보건산업, 시청각서비스 등 6개 협력 분야는 개별 부속서를 채택해 세부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포함해 협력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한-GCC FTA 협상 타결 선언 이후 법률 검토 및 협정문 국문 번역 등을 거쳐 내년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한다. 경제적 영향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등 각국의 국내 절차를 거쳐 가급적 이른 시기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한-GCC FTA를 기반으로 GCC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GCC 인접 중동국가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 FTA 체결도 검토할 계획이다.
안 본부장은 "지난 10월 한-UAE CEPA에 이어 한-GCC FTA 타결로 '신(新) 중동붐' 확산의 주요한 계기가 됐다"며 "GCC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중동 전역과 인접한 아프리카 권역까지 산업·에너지·자원 분야에서 협력을 집중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통상과 산업·에너지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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