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짜이시(王在希) 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이 지난달(12월) 23일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 연례포럼에서 한 이 말은, 1월 13일 대만 총통선거를 대하는 중국의 시각을 가장 잘 요약해서 보여준다. 전쟁 위협을 앞세워 대만 여론을 직접적으로 쥐고 흔들겠다는 거다.
왕짜이시는 또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는 지난 8년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92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대만 독립 작업을 지속해 양안 관계의 기반을 파괴했다"며 "대만 선거 결과는 불확실하지만, 확실한 것은 대만 독립은 곧 전쟁을 의미하며, 독립을 추구할 경우 조만간 전쟁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대만 통일은 중국의 '국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중국 국부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기념식에서도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인민의 숙원이며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며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단호히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압박은 먹혀드는 분위기다. 친미반중 라이칭더의 독주가 깨지고 박빙으로 접어든다. 온라인 뉴스플랫폼 ET투데이가 지난 29일 발표한 여론조사(12월 27~28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라이칭더는 36.6%의 지지를 받아 여전히 1위였는데, 국민당 허우유이가 33.8%로 바짝 붙은 상태다. 두 후보가 31% 동률로 소수점 아래 격차 박빙이라고 집계된 조사도 있다. 3위로 여전히 20% 안팎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는 중도성향 민중당 커윈저가 그간 라이칭더를 강하게 비판해온 점을 감안하면 사표를 우려한 야권 지지자들이 허우유이에 흡수돼 허우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만큼이나 대만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게 미국이다. 허우유이는 미국을 대신해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에 기대 중국과 단교한 현 정부에 대해 "완전히 실패했다"고 진단하고 양안서비스무역협정(CSSTA) 체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관광과 취업도 중국에 전면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질 경우 중국의 대양 진출을 막고 경제·군사적으로 압박한다는 미국의 역내 전략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대만 대선 결과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허우유이가 집권할 경우 중국의 대양 진출은 본격화할 것이며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은 군사적 긴장 상태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의 최대 수출상품인 반도체 시장에 미칠 여파는 복합적이다. 민진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대만 반도체 지원이 더 확대될 수 있다. 당장 대만 반도체기업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친중 성향으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대만과 밀착한 중국의 반도체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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