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새해를 앞둔 26일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저출산 상황을 두고 국무회의에서 강조한 말이다. 뽀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인구절벽 문제를 감안할 때 반복된 수사(修辭)로만 보기 힘들다. 더 이상 물러날 길이 없는 상황 인식이 담겨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시간이 많지 않다"며 정책의 '선택과 집중' 등의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저출산 대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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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합계출산율━
올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통계청은 지난 14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올해 합계출산율(이하 중위추계 기준)을 0.72명으로 예상했다.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집계한 올해 3분기까지의 출생아수는 17만7136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8.1% 감소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악화될게 확실하다.
통계청은 조만간 합계출산율이 저점을 찍을 것으로 본다. 이번 장래인구추계에서 제시한 합계출산율의 저점은 2025년(0.65명)이다. 하지만 '희망사항'이다. 2021년 추계에서 합계출산율의 저점을 2024년(0.70명)으로 제시했다. 2019년에는 2021년(0.86명)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저점 예상 시기는 뒤로 밀리고, 합계출산율도 더 떨어졌다.
심각한 상황에 몰리자 정부 내의 위기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지난 6일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최근 외국 언론은 (한국의 저출산 상황을) 흑사병과 비교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의 상황이 특별한 위기인 만큼 특별한 전략이 나올 수 있도록 코로나19 중대본과 같이 인구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범국민 협의체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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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과도한 경쟁시스템 고치는데 집중"━
윤 대통령이 저출산의 배경으로 '과도한 경쟁시스템'을 거론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많은 인구학자들도 마찬가지다. 감사원도 2021년 발표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보고서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교육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과도한 경쟁시스템이 저출산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이를 고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출산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실한 저출산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 지원뿐만 아니라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꼭 필요한 것을 찾아내 확실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는 조만간 저출산 관련 주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부족한 재원을 교육청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관련 전문가 정책간담회에서 논의한 상황이다. 다만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진전된 내용은 없다는 게 저고위의 설명이다.
저고위 관계자는 "관계부처 등과 검토·협의 등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향후 관계부처와 협의해 초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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