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조성한 '반도체 보조금' 규모는 총 5조4000억엔(약 49조원)에 달한다. 일본 내 공장이나 설비를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정책 자금을 지원해 반도체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의지다.
2022년 8월 일본의 대기업 8곳이 합작해 설립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라피더스가 짓고 있는 신공장(IIM-1) 등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후발주자인 라피더스가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선두 업체를 따라 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자금력'이었기 때문이다. 시미즈 아츠오 라피더스 전무는 지난해 12월 일본 홋카이도 쿠시로시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세미나'에서 "정부로 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도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홋카이도청은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용수 확보를 위해 지토세시 인근 토마코마이시의 용수를 끌어와 라피더스에 제공하기로 했다. 토마코마이시는 세 개의 강이 모이는 곳으로 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토마코사이시에는 반도체 산업과 협업할 수 있는 대규모 자동차 제조업 공업단지도 조성돼 있다.
홋카이도는 전력 당국과 협의해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하는 방안도 들여다 보고 있다. 풍력·태양광 발전량을 늘려 반도체 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사용) 등 에너지 규제 해소 방안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홋카이도는 2022년 기준 일본 내 풍력·태양광 발전량 1위를 기록했고, 전체 사용 전력의 38%가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인프라와 보조금 측면에서 해외와 차이가 있다"며 "일본이나 미국을 벤치마킹해 적극적인 정책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무는 "인프라는 국가가 (지원)해 줘야 하는데 (한국은)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며, 보조금이 없는데 기업들이 막연히 잘 할 것이라고 믿지만 말고 실제로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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