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진짜 '차마에'가 보고 싶다

머니투데이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 2023.12.26 15:00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

"반발이 있다는 건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갑작스러운 악장 교체에 놀란 전상도 대표(박호산 분)가 "아주 난리가 날 겁니다. 단원들 다 내쫓을 겁니까"라며 따져 묻자 차세음(이영애 분)은 이렇게 쏘아붙인다. "한필(한강필하모닉), 1년 안에 최고로 올려놓을게요. 안 되면 내가 물러나고."

이영애의 새로운 변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라마 '마에스트라'(원작 2018년 프랑스 드라마 '필하모니아')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는 천재 여성 지휘자, 그래서 '차마에'로 불리는 차세음의 비밀스러운 가정사와 오케스트라를 둘러싼 사건들이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되며 펼쳐진다. 이 드라마에서 아내와 딸이 아닌 지휘자 차마에에 집중하면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개혁적 리더의 모습이다.

남은 건 역사뿐인 그저 그런 한필을 최고로 만들기 위한 차마에의 원칙은 단 하나, '실력'이다. 자신의 취임을 반기지 않는 단원들과의 첫 만남에서 차마에는 선전포고하듯 말한다. "친분보다는 실력, 인성보다는 실력, 노력보다는 실력." 이후 차마에는 한필의 전통과 관습, 그 속에 깊게 뿌리내린 기득권과 부조리에 정면으로 승부한다. 당연히 학연, 지연, 혈연 따위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악장의 손가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차마에는 실력이 가장 뛰어난 막내 단원을 악장으로 전격 발탁한다. 전례 없는 서열 파괴에 반발하는 단원들에게 차마에는 이런 팩트폭력을 날린다. "계속 3류 오케스트라로 남고 싶은 건가요? 관행대로, 순서대로 그렇게 다 타협하면 계속 이 자리겠죠." 그렇게 차마에는 새로운 변화를 밀어붙이고 해체 위기였던 한필을 완벽한 하모니의 오케스트라로 변모시킨다.

드라마 속 리더의 모습에 빠져드는 것은 우리의 현실과 대비돼서다. 디지털 대변혁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치력 부재와 기득권 반발에 발목이 잡혀 혁신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도입했지만 우리는 십수 년째 시범사업에 묶여있는 비대면진료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시기에 전면 허용한 비대면진료를 올 6월부터 다시 시범사업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시기 3년간 실효성을 검증했음에도 의료계의 눈치를 보다가 입법시기를 놓친 탓이다. 그마저도 반쪽짜리 시범사업이라 제대로 운영되기 힘든 실정이다. 지난 15일부터 야간·휴일에는 초진 비대면진료가 가능해졌지만 비대면진료에 필수적인 약 배송은 기존처럼 감염병 확진자 등 일부에 한해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비대면진료 플랫폼에는 이용자들의 불편 민원이 쏟아진다고 한다. 주말에 문을 연 약국을 찾기 힘든 데다 비대면진료에 반대하는 일부 약국이 조제를 거부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비대면진료를 받고도 '약국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국민 편익과 신산업 육성을 위해 비대면진료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할 경우 앞으로 5년간 보건산업과 플랫폼산업 분야의 고용이 150만명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고용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전후방 연관산업의 취업유발 효과도 최대 32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기준 우리나라 실업자 수가 67만70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장잠재력이다. 이런 신산업 육성을 주저할 이유가 있나. 세계 최고 수준의 IT(정보기술)와 의료기술을 갖고도 말이다.

혁신경쟁에서 뒤처지는 분야는 비대면진료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촘촘한 규제 때문에 글로벌 100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절반 이상이 온전하게 사업할 수 없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금처럼 기득권에 끌려다니거나 변화를 기다리기만 하면 머지않아 진짜 3류 국가로 전락할지 모른다.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을 과감하게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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