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겨울 딸기, 조금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없을까?

머니투데이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 2023.12.27 05:11
겨울이면 생각나는 과일이 딸기다. 2022년 딸기 생산액은 1조 5000억원으로 대표과일인 사과(1.3조원) 보다 많고 연간 15만 9000톤 정도 생산해 수출도 많이 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생과, 케이크, 주스 등으로 즐겨 먹는 핫(hot)한 농산물로 생산량의 70% 정도는 겨울철(11∼3월)에 소비된다.

겨울 딸기는 어떻게 재배할까? 대부분 얇은 비닐온실에서 기름·전기보일러 등으로 난방을 하여 재배한다. 그러다 보니 시설작물은 재배에 들어가는 비용 중 난방비로만 약 20%나 지출된다. 특히 요즘처럼 기름값이 비싼 시기에는 생산비도 급격히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농업인과 정부도 유가 인상에 대응하고, 유류·전기 중심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 왔다.

다겹보온커튼 등 에너지절감시설을 지속적으로 설치해 시설농가 경영비 중 수도광열비 비중은 2010년 34.4%에서 작년에는 20.7%로 줄어드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설작물 생산비용 중 난방비 비중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난방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는 없을까? 농업인이 유류 난방 대신 에너지 절감율이 60% 이상인 지열, 공기열 등 고효율 냉난방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은 설치비가 매우 비싸 정부가 설치비의 최대 60%를 지원하지만 농업인의 비용부담이 너무 커 쉽게 설치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올해 약 1천평에 공기열 냉난방시설을 설치한 경남 합천의 농가는 정부 지원금 외에 4천만원 정도 부담했다.

농식품부는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환경·사회·투명경영(ESG경영)에 관심 있는 한국동서발전, 대상(주)과 '고효율 냉난방기 보급 확산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기업은 농가의 고효율 냉난방 시설비 일부를 우선 지원(2023년 농가 평균 4800백만원)해 농가의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유류 절감 등으로 생기는 탄소배출권을 통해 지원금을 회수하게 된다. 농식품부는 기업의 안정적 투자를 위해 지원대상자 발굴, 설계 및 사후관리, 온실가스 외부감축사업 신청·등록 등을 전폭 지원하는 것이 협약의 주요 내용이다.

전남 고흥의 한 농가는 "이번 협약으로 초기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 매우 만족스럽고, 앞으로 더 많은 농가가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영농광열비가 오르면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이번 협업모델은 유가가 급등할 때도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이 가능하여 가격안정에 보탬이 되고, 시설농업 경쟁력 제고,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추동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협약에 동참한 기업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투자 의사를 밝혀 시설농업분야 고효율 냉난방 시설 보급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기에 더하여 많은 기업이 이번 협력모델에 동참하면 좋겠다. 물론 농식품부도 이번 사례와 유사한 협업모델을 추가적으로 발굴 할 것이다. 내년 '푸른 용의 해'에는 농업투자에 동참하는 기업이 많아져 '농업-기업 동반성장'의 푸른 신호등이 켜 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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