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증권사 세대교체, 위기돌파 과제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 2023.12.22 03:0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연말 증권가 변화의 바람이 매섭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에 이르기까지 5대 증권사 수장이 모두 바뀌는 전례없는 인사철이다. 메리츠증권 역시 CEO(최고경영자)가 교체됐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넘쳐났던 유동성 상황에 적극적인 투자로 최근 수년간 성장해 왔던 증권업계가 고금리 국면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이를 돌파할 카드로 세대 교체를 꺼내든 셈이다.

올 3분기까지 대형 증권사들의 영업수익(매출, 별도재무제표기준)은 전년대비 감소했다.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채권 운용 이익이 개선되며 위탁매매, 상품운용 실적은 개선됐지만 수익성의 큰 부문을 차지했던 IB(기업금융) 부진 영향이 컸다. PF 부실에 따른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 적립이 대표적인다.

특히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과 해외부동산 손실 등 불안 요인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 대손비용을 반영했지만 잠재적인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지 않기 때문이다. 연말이 다가오며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들이 늘고 있고 일부 건설사를 중심으로 위기설이 재점화되며 시장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 부진에 해외 대체투자 손실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고된 위기 앞에 수장을 교체한 증권사들은 위기 상황에 빠른 의사결정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슬림화하고 위험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기조를 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IB조직은 PF 등 위험투자 부문은 축소하고 IPO(기업공개) 등에 힘을 주며 재정비했다. 리스크 관리에 침을 주고 증권업의 핵심인 WM(자산관리)에 힘을 주는 방향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디지털 부문 강화로 신규 먹거리를 챙긴다는 복안이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은 WM대표를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WM경쟁력 강화에 나선 반면 대체투자 관련 부서는 대폭 축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사업본부를 글로벌 사업그룹으로 격상하고 IPO조직을 강화했다. 리스크 관리 본부 역시 부서를 신설하는 등 강화했다.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 부동산금융, PF로 구분됐던 IB 3개본부를 단일 본부체제로 통합했다. 최근 수장을 교체한 증권사들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체질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오는 2024년도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주식, 채권 시장 등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국내외 부동산금융 부실 등의 건전성 저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예상이다.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손실로 파생결합시장이 위축되고 채권 랩어카운트, 신탁 불법거래 이슈로 간접투자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고객 신뢰 회복 역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숙제다. 새로운 수장으로 새로운 해를 맞게 된 증권업계가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는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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