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특집기사를 통해 "일본 경제가 1990년 시작된 잃어버린 30년 이후 유례없는 흥분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며 "각종 금융과 경제데이터를 통해 분석할 때 일본은 대부분 국가들이 벗어나지 못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디플레이션 핵심 지표인 CPI(소비자물가지수)가 10월 전년 대비 2.9% 상승하며 19개월 연속 일본은행의 목표치를 초과달성했다. 24개월을 채우면 일단 경제학적으로 장기적 인플레이션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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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오래걸렸다" 장기전 독려하는 中━
이를 감안하면 일본의 디플레이션 극복을 인정하고 나선 보도 자체가 이례적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일본 정부가 경제백서를 통해 "디플레이션 투쟁이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밝혔던 당시에도 "일본 경제의 성장 동력 자체가 이전에 비해 약해졌다"며 냉소적 태도로 일관했었다.
중국 언론이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극복보다 더 주목하는 건 극복의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들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양적완화 통화정책과 유연한 재정정책, 구조개혁이 디플레이션 극복의 동력이 됐다고 추켜세웠다. "이런 노력들이 꽃을 피우는 데는 1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도 강조했다. 우리도 장기전을 각오하자는 뉘앙스다.
극복 국면에 다다른 일본 경제에도 여전히 불안요소들이 적잖음을 부각시켰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일본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024년부터 1% 미만을 기록할 거라고 전망한 사실을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면서 복수 전문가들을 인용, 내년 일본의 임금수준이 대폭 인상되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 탈출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하버드대 연설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한 직접적인 이유는 10년 동안 주장해 온 통화완화 정책 덕분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한 연설을 예로 들며 디플레이션 탈출이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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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여론 다잡기, 디플레이션 공포 커진다 ━
실제로 온라인상에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해석을 담은 기사들이 삭제되고 있다. 이달 초 중국 매체 차이징(財經)은 중국 내 민영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경제전문가들과 질답 한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정책문제와 이에 따른 외국자본 이탈이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게 기사의 주제인데, 이 기사는 삭제됐다. 비슷한 류의 정책비판을 담은 온라인 사이트는 연이어 폐쇄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여론통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디플레이션 체제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20일(현지시간) 중국의 훠궈(중국식 전골) 체인점 하이디라오가 최근 저가브랜드를 출시했고, 월마트 멤버십 체인인 샘스클럽과 알리바바 신선식품 배달업체인 프레시포가 최근 5개월간 인기품목 가격을 최대 34% 인하했다고 전했다. 디플레이션 국면의 반증이다.
디플레이션은 리플레이션(경기회복에 따른 통화팽창)으로 종식된다. 자산가격 버블이 빠지고 안정세를 찾음과 동시에 민간 채무수준이 대폭 저하돼 있어야 한다. 30여년의 격차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일본과 중국 간 디플레이션 구조는 상당히 유사하지만, 문제는 중국의 경우 얼마나 오래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을지 가늠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 재중 경제관료는 "최근 뚜렷해지는 중국의 인구감소 또한 디플레이션을 구조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수요 자체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고 경제성장 동력이 창출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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