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비결인 아침 운동 루틴을 끝내면 투자설명회가 기다린다. 비슷한 시기 퇴임한 동료들과 결성한 투자클럽에서 채권 설명회를 듣기로 했다. "채권 1년물에 투자해왔는데 장기채권 살 시점이 된 것 같다"는 그의 설명이다.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모 증권사 WM(자산관리)센터에서 전담 PB(프라이빗뱅커)의 전화가 왔다. 최근 그의 관심사인 해외 유망주식 추천이다. 2년 전부터 매월 수백만원씩 매수한 미국 반도체 회사 주식은 최근 25%라는 투자수익을 안겼다. IT 전공자인 아들 덕분에 입문한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기존 화폐에 고정가치로 발행되는 암호화폐)으로도 꽤 괜찮은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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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해도 쉴 새 없다…'올드리치'의 재테크 실력은?━
19일 기준 한국투자증권 계좌를 보유한 '58세대'의 자산 배분을 살펴보니 '주식'이 전체의 42%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컸다. 이어 '채권' 24%, RP(환매조건부채권)/발행어음/MMW(머니마켓랩) 17% 순이었다. 40년대생은 채권(34%), 주식(33%) 순인 것과 대조된다. 50년대생도 주식 비중이 40%로, 58세대보다 낮았다.
보유 주식(투자액 상위 5사)을 보면 차이는 더 극명하다. 40년대생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안정적 대형주를 사들인 반면, 58세대는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올해 뜨거웠던 이차전지주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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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오팔세대,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
다만 윗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금융 경험과 지식이 이들의 무기다. 58년생은 코스피 지수가 본격 산출되기 시작한 1983년에 20대를 보낸, 국내 첫 직접 투자 세대다. 30~40대 황금기에 한국 경제 성장과 증시 활황을 겪고, 1999년 수탁액 30조원을 끌어모았던 전설의 '바이코리아펀드' 열풍에도 동참했다. 뿐만 아니라 1997년 IMF 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 증시가 추락했다 급반등하는 것도 목격했다. 수십년의 노하우가 적극 투자에 뛰어드는 동인이 된다.
이들은 유튜브 등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능숙하게 투자정보를 모으고 미국·일본·인도 등 해외 투자, AI(인공지능)와 같은 신(新) 트렌드, 심지어 가상화폐 투자에도 열린 모습을 보인다. PB센터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에 참여하고, 퇴직자 모임을 꾸리는 등 외부 활동도 적극적이다. 과거 은퇴족(族)들이 예금, 부동산 등에 보수적으로 투자하고 장기 보유 전략을 취해온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최민도 하나증권 압구정금융센터 상무는 "한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시기에 전성기를 보냈기 때문에 성장주를 좋아하고, 채권보다 주식을 선호한다"며 "동료, 지인들과 투자그룹을 만들어 사무실을 차리는 분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심지혜 신영증권 APEX 프라이빗클럽(Private Club) 청담지점 팀장은 "안정적 성향의 기존 은퇴자와 달리, 최근 올드리치들은 수익을 가장 중시해 사모펀드는 물론, 비상장기업 투자도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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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으로 美 '애플·MS'투자..유의점은?━
또 소득이 제한적인 만큼 절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PB센터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과세표준이 낮은 절세용 채권을 투자상품으로 추천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치열하게 적응해온 세대인만큼 투자 공부도 열심이다. 최홍석 미래에셋증권 대치WM 선임매니저는 "과거 은퇴자산으로 치킨집을 했다면 요새 은퇴자들은 미국 주식을 공부한 뒤 10~20년 보유해 큰 수익을 올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은퇴 후 70대 중반까지 새로운 지식을 쌓고 변화에 적응해온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과 추후 경제적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흘러넘치는 투자정보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민도 상무는 "최근 증가한 불법 유사투자자문들이 정보를 추구하는 59년생들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양질의 정보와 투자자문을 받고 싶다면 제도권 내에서 받고, 소중한 퇴직금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본인들이 잘 아는 영역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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