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자신했던 송영길 왜 구속됐나…"'자충수'에 심경 바뀔 수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3.12.19 13:25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원이 18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7시간여만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의 별건 수사를 직격하던 송 전 대표가 사용하던 휴대폰을 폐기하고 차명폰으로 통화한 데 발목이 잡혔다는 얘기가 나온다.

영장심사를 맡은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밤 11시59분쯤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결정과 함께 100자가량의 기각 사유를 밝혔다. 유 부장판사가 지난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밝힌 800자 분량의 사유보다는 짧지만 통상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기각할 때 "범죄혐의 소명 (부족)",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 (단정 어려움)" 등 10~20자 정도의 짧은 사유를 덧붙이는 데 비하면 전직 야당 대표와 현역 의원들이 다수 관련된 민감한 사건이라는 점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유 부장판사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이 주장한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인적, 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적시했다. 사실상 검찰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며 내놓은 주장을 대부분 그대로 인정한 셈이다.

법원이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향후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송 전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전 기자들과 만나 "(돈봉투 수수 의심 의원에 대한) 포렌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며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수수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전 대표가 구속된 만큼 이들에 대한 수사도 사실상 시점 문제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20일의 송 전 대표 구속 기간 동안 검찰이 얼마나 돈봉투 의혹 당시 상황을 치밀하게 재구성해낼 수 있을지가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법원이 혐의 소명을 영장 발부 사유로 직접 밝혔다는 점에서 그동안 야권에서 제기했던 '정치적 기획수사' 비판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데도 주목한다. 지난 9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청구했던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내부에선 야권의 정치수사 프레임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지난 4월 돈봉투 의혹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지 8개월 만에야 영장을 청구한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수사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는 기조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 전 대표에 대해선 수사 개시 직후부터 영장심사일까지 검찰 조사에선 묵비권을 고수하면서 장외 여론전을 이어간 것이 부메랑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정근 녹취록'에서 시작된 돈봉투 수사가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와 주변으로 확대되자 송 전 대표는 지난 11월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의 저서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XX을 하는데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고 반발하는 등 검찰을 향해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중앙지검에 두차례 자진출석했다가 거부당한 뒤 이달 8일 검찰 소환조사에 출석했을 때는 검찰이 '정치적 기획 수사'로 이미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진술을 의미가 없다며 13시간 동안 묵비권을 행사했다.

법조계에서는 영장심사 단계이긴 하지만 법원이 송 전 대표의 관여 여부를 두고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한 만큼 송 전 대표가 윤관석 의원이나 강 전 감사위원처럼 기존에 고수했던 '혐의 전면 부인'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속 기소되기 전까지 혐의를 부인했던 윤 의원은 최근 법정에서 돈봉투 수수를 인정하면서 다만 자신이 받은 돈봉투가 인당 30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에 앞서 재판에 넘겨진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박용수씨도 검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부인하다 구속 기소되자 혐의를 인정했다.

강 전 감사위원의 변호인은 지난 9월 재판에서 "당대표 선거의 형사책임은 최종적으로 총괄라인인 송 전 대표가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당시 송 전 대표는 "나는 알지 못했다"며 재차 지시·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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