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10마리에서 해운 공룡 삼킨 하림...재계 10위권 도약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23.12.18 19:14
HMM 인수전 뛰어든 하림, 키즈식 브랜드 '푸드버디' 론칭(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임한별(머니S)
하림그룹이 국내 1위, 글로벌 8위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새 주인이 되면 재계 순위는 10위권으로 도약한다.

18일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하림·JKL컨소시엄은 HMM 인수 희망가로 6조4000억원가량 써내 이보다 약간 적은 금액을 쓴 동원그룹을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전에서 입찰 막판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구채 주식전환 부담과 경영권 약화 가능성 때문에 인수 희망가를 본입찰 마감 한시간 전까지 재검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수의지를 불태웠던 동원그룹은 간발의 차이로 고배를 들게 됐다. 양측의 가격 격차는 1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동원그룹은 하림 측이 본입찰에 앞서 별도 요구한 조건인 △HMM 인수 뒤 지분 5년 보유 △연간 배당금 3년간 5000억원 제한(총 1조5000억원) △사외이사 지명권 조건을 문제삼을만큼 적극적이었다. 김재철 명예회장까지 나서 "HMM 인수를 마지막 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하림이 영구채 3년 전환 유예, 사외이사 지정 권한 등 매각 측이 보낸 주주간계약(SHA) 초안에 대한 수정 제안을 모두 철회하면서 제시한 인수금액에서 앞서 하림이 승자가 됐다.

HMM 인수전에서 승리하게 됨에 따라 하림그룹의 자산총액은 4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재계순위 13위 CJ그룹 40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당초 하림그룹의 자산총액은 17조원으로 이번에 인수한 HMM의 자산총액 25조원보다 적었다.


하림그룹은 창업주 김홍국 회장이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자산으로 사업 밑천을 마련한 일화로 유명하다. 1978년 익산에서 농장을 시작으로 육계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1986년 하림식품과 1990년 하림을 설립해 계열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하림그룹은 육계를 기반으로 유관기업의 M&A(인수합병)를 통한 성장을 이어온 대표적인 그룹이다. 2001년 제일사료를 시작으로 2007년 돈육가공업체 선진과 2008년 대상그룹의 축산물 사육 가공사업부문인 팜스코를 차례로 인수하며 양돈업 분야에서 큰 손이 됐다.

이후에는 2015년 벌크선 해운사인 팬오션을 품에 안으며 곡물 유통업에 본격 진출했다. STX그룹에 속했던 팬오션은 법정관리까지 받았지만 하림이 인수하고 나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팬오션은 지난해 매출 6조4200억원, 영업이익 7900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각각 40%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팬오션 인수는 HMM 인수의 원동력이 됐다. 국내 최대 벌크선 운영사인 팬오션과 컨테이너선을 주력으로 하는 HMM의 시너지가 예상돼서다. 사업영역은 겹치지 않으면서 그룹내 물류 분야의 비중은 대폭 늘어나는 효과다. 김홍국 회장은 "HMM 인수를 통한 밸류체인 강화는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그룹 인수사(史)에 찬란한 기록으로 남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해운업황마저 악화돼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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