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방향이 뒤늦게 가닥이 잡힌 배경엔 대통령실과 정부(기획재정부)간 온도차가 존재한다. 대통령실은 '대선 공약 이행'을 내걸고 속도전을 주문했다. 반면 예산안 처리 등 시급한 해결 과제를 들고 있는 정부는 '야당과 협의'를 이유로 머뭇거렸다. 명분과 현실 모두 강조할 만한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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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기준 완화…최상목 후보자 발언 '주목'━
현행 소득세법 및 시행령은 연말 기준 투자자가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했거나 특정 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인 경우 '대주주'로 보고 양도차익에 20%의 세금을 매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준 완화는 소득세법 시행령만 고치면 되기 때문에 국회와 관계없이 정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야당과 대주주 기준을 올해까지 유지하기로 한 약속 때문에 "야당과 합의가 우선"이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을 이유로 개정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정부도 결단이 불가피해졌다.
시장 관심은 19일 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쏠린다. 차기 부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상황이라 추경호 부총리가 기준 완화 여부를 밝히는 것이 애매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상장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기준 변경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다양한 의견을 청취 중"이라고만 답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한 발 진전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시장은 기준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양도세를 회피하려는 매도세 출현이 연말 증시의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과세 기준일(마지막 거래일 -2거래일)까지 대주주 기준인 10억원을 밑돌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양도세 회피 매도 물량은 기준일 5거래일 전부터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개인 거래 비중이 높은 중형주, 코스닥 종목들에 끼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
정부가 당장 기준 완화를 결정해도 시장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세당국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대주주 양도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주식 보유 기준일이 12월 26일이다. 대주주 기준을 피하려는 투자자의 경우 늦어도 오는 26일에는 주식 매도 주문을 해 28일 실제 결제가 이뤄져야 '종목당 10억원 미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준 완화가 결정되면 정부는 시장 혼란 최소화와 남은 일정 등을 고려해 이번 주 중 바로 입법예고에 나서는 등 신속하게 시행령 개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는 국무회의는 연내 12월 26일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임시 국무회의 개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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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유예와 거래했던 '대주주 기준 완화'━
정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세제개편안에 관련 내용을 담았다.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높이고 지분율 요건(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을 삭제하는 안이었다. 당시 정부는 "신규 자금 유입 유도 등 주식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유 금액 기준을 상향하고 과세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주주 기준 완화를 '부자 감세'로 규정한 야당의 반발이 워낙 거셌다. 정부 여당이 추진했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안'까지 맞물리며 세제 개편안 논의 전체가 멈췄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 투자로 발생하는 소득이 5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20%(3억원 초과 시 25%)를 분리 과세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올해 시행될 예정이었다.
결국 여야가 한발씩 물러섰다. 정부 여당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2025년까지)'를 따내면서 대주주 기준을 종전대로 유지하기로 야당과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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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는 '과제'━
그러나 연말이 다가오며 시장에서 대주주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대주주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연말마다 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 22~28일 개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4조9950억원, 2조5321억원을 순매도했다.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코스피에서 2조5874억원, 코스닥에서 1조1456억원을 팔았다. 기준일 직후 개인이 대규모 매수세로 돌아서는 현상도 동일했다.
대통령실은 연말 증시 안정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점, 주식 양도세 폐지가 윤 대통령 '핵심 공약'임을 고려해 기준 완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대주주 기준은 소득세법 시행령에 규정된 사안이라 국회와 관계없이 정부 결정만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주주 기준 완화는 결정된 바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온 것은 야당과 관계를 고려해서다. 지난해 세제 개편안 처리 과정에서 합의한 '약속'을 흔들면 내년도 예산안을 앞두고 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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