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여행 가는 100살 노인…행복 장수 필수조건은?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김지성 기자 | 2024.01.01 07:30

[오팔(OPAL·Older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가 온다] 그들은 누구인가 1-⑥박상철 교수 인터뷰

편집자주 | 1958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무려 100만 명.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의학에서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만 65세'에 지난해 대거 합류했다. 숨 쉬는 모든 순간 건강과 행복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58년생 개띠들은 사회에서 은퇴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첫 세대로 꼽힌다. 나보다 가족의 건강을 우선시한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장수'를 꿈꾸는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웰니스(Wellness)'다. 의료계에서도 시니어 세대의 길어진 평균수명과 이들의 건강관리 수요를 반영해 치료법마저 바꾸고 있다.

왼쪽 의자에 앉아있는 남성은 올해 100세로, 평소 사진을 좋아해 사진 동호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오른쪽 의자에 앉아있는 남성은 올해 98세로 현재도 대학교에서 일주일에 3시간씩 인생론 강의를 진행 중이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100세 어르신들을 만나왔다./사진=독자제공

꼿꼿한 허리에 멀끔한 옷차림, 또렷한 음성과 건강한 발걸음. 의자에 앉아있는 두 사람은 각각 100세, 98세다. 과거 교사였던 100세 남모씨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은퇴 후 사진 동호회에 가입했다. 최근엔 알프스 여행도 다녀오고 백세 사진전도 열었다. 한 대학교 창립자였던 98세 김모씨는 일주일에 3시간씩 강단에서 인생론 강의를 하고 있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는 지난 20년간 100세 노인들을 만나왔다. 지금까지 그가 만난 백세인만 700명. 박 교수는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노인의 잠재력을 국가 발전에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해왔다. 그는 우리나라가 '저비용 장수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로 살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고비용 장수사회'라고 했다. 그는 "미래 세대가 노인을 무조건적으로 부양하는 건 현실성도 낮고 세대갈등만 깊어지게 한다"며 "국가가 발전하려면 노인 스스로도 자강, 자립, 공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99년 인간의 평균 수명은 140살…우리는 점점 더 젊어진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로 30년 넘게 활동한 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노화 분야를 연구한지 약 40년이 넘었다./사진=머니투데이

백세인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소일거리라도 일을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웃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 백세인들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소한 일이라도 꾸준히 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백세인들 집은 동네 살롱과 같아서, 항상 손님들에게 줄 빵과 초코파이가 수북히 쌓여있었다고 한다.

박 교수는 노인들이 일하고 소통하는 건 개인과 국가 발전에 필수라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내적·외적 경험이 풍부해지기 때문에 이를 경제 발전의 원료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노인을 경제활동 인구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일의 목적이 돈, 명예가 아닌 봉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과거 영광에만 머물면 청년 세대와 갈등만 깊어진다"며 "청년들이 꺼리는 분야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젊은 사람들 밑에서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박 교수는 65세 정년은 이른 감이 있다고 했다. 65세라는 숫자는 19세기에 처음 등장했다는 점에서다. 당시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65세 노인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하면서 공식적인 노인의 기준이 됐다. 그는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며 "지금의 75세 신체 나이가 10년 전 65세 신체 나이와 같다. 일본에선 75세를 노인으로 정의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노인 개념도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인간의 신체 나이는 젊어지는 반면 고령화 사회를 뒷받침할 제도는 미비하다고 했다. 그는 "타임지는 2099년엔 인간 수명이 140살이 될 것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법원은 임금피크제 같은 제도를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월급 차별해선 안된다'며 막아뒀다. 해결책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시들시들하게 살다 꼴딱? 팔팔하게 살다 꼴딱!"


박상철 교수가 100세 노인들을 만나며 함께 찍은 사진. /사진=독자제공

박 교수는 건강한 고령 사회를 만들려면 노인들이 주변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계 안전망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 교수는 취미 활동을 통해 관계를 맺는 것을 추천했다.

박 교수는 올해 75세 남성 무용단을 만들고 직접 참여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6명이 모여 한국 전통 무용을 연습하는데 울적한 기분도 사라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박 교수는 "처음엔 패턴을 익히느라 힘들어도 익숙해지면 자진모리 장단에 춤추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다"며 "용산 아트센터에서 공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면서 큰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즐거움이 많은 노인들에게 공유되도록,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인생 대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흔히들 노인이 증가하면 젊은 사람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며 "충돌을 안하려면 노인들이 새로운 길로 가면 된다. 고독한 노인들은 밖으로 끌어내고 서로 함께 뭉치면서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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