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총리를 향해 "양극화된 정치 때문에 신당을 창당한다 하는데, 집권여당 민주당을 이끌었던 전직 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태도"라며 신당 창당의 뚜렷한 이유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직 반명(반이재명)만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이 전 총리의 창당을 만류하는 호소문을 만들어 민주당 의원들의 연서명을 받고 있는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서명에 동참한 의원이) 115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전 총리가) 최소한의 양심과 명분을 안다면 당장 신당 창당을 포함해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의 정치 기반인 호남권과 NY(이낙연)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 대선 캠프 대변인을 지냈고, 광주 동구남구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병훈 의원은 최근 "신당에 참여 의사가 없고, 반대한다고"고 밝혔다. 이 전 총리 최측근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고 했다.
내부에서 우려가 분출하는 배경에는 국민의당 트라우마가 있다. 제20대 총선을 앞뒀던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에선 계파 갈등으로 비문(비문재인)계가 집단 탈당했는데, 탈당한 이들이 만든 국민의당이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석권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낙연 신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것만으로도 현역 의원들이나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내부 반발을 의식한 듯 속도 조절을 하는 분위기다. 신당 창당을 강조하는 메시지 비중은 줄이고,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평가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7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획기적인 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제가 하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8일 SNS(소셜서비스)에 '분열의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만드는 것이 지도부의 역할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우리 안의 분열이 서서히 다가오는데 당 지도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분열의 위기는 회색코뿔소처럼 서서히 다가와 우리 당의 내년 총선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도 지난 17일 SNS에 "당 지도부는 민주당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분열을 막기 위한 노력을 훨씬 더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며 "민주당 안에서 다양한 논쟁과 논의가 수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일들을 결단하는 행동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와 관련,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대표와 이 전 총리 간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