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도 '미래 항공유' 준비하지만…"걸음마 단계 불과"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3.12.17 13:00
/그래픽=조수아 디자인기자
미국이 SAF(지속가능항공유) 관련 보조금 제도를 확정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SAF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생활폐기물을 가스화해 합성원유를 생산하는 미국 '펄크럼 바이오에너지',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합성해 이퓨얼(e-fuel)을 만드는 미국 '인피니움', 폐식용유를 바이오 항공유 등의 원료로 공급하는 한국의 대경오앤티에 투자하며 SAF 시장에 대비해왔다. GS칼텍스는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대한항공, 석유관리원 등과 손잡고 SAF 실증에 나선 상태다. 내년까지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2026년에 국내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에쓰오일은 삼성물산과 수소·바이오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 개발·공급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연 50만톤 규모의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하기로 했다. HVO는 비식용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하는 바이오 항공유 원료다.

정유사들은 SAF 적기 공급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간다는 방침이다. SAF는 기존 원유 기반 항공유 대비 80%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EU(유럽연합)는 기존 항공유에 SAF를 섞는 비율을 2025년 2%,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재 5조원 수준인 SAF 시장 규모는 2027년 약 28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미 재무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SAF 세액공제 가이던스를 확정한 것 역시 시장 확대에 선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미 정부는 미국 내 생산 및 판매된 SAF에 대해 갤런 당 1.25~1.7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확정했다.

/그래픽=조수아 디자인기자
하지만 아직 국내 기업들의 경우 SAF을 만들어도 시장에 팔 수가 없는 상황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상으로 정유사는 '석유 정제 제품' 사업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정유사의 사업 범위를 '친환경 정제원료를 혼합한 것'까지 확장하는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유사들에 채워졌던 족쇄가 풀리게 된다.

법 정비를 이제 한 셈이어서 보다 적극적인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 외에도 세계 각 국은 SAF 관련 사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SAF 공장 설립 등에 2억 유로를 투자할 방침이다. 영국은 SAF 지원을 위해 1억6500만 파운드 규모의 펀드를 형성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항공 연료 소비량의 10%를 SAF로 대체하기로 하고 인프라 개발 등을 지원키로 했다.

정유업계에게는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미국만 봐도 현재 항공유 수입의 절반 가량을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미국이 SAF 비중을 늘려가고, 한국의 SAF 경쟁력이 계속 뒤처진 상황이라면, 우리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의 월드에너지(World Energy)·제보(Gevo)·란자젯(LanzaJet), 핀란드의 네스테(Neste), 프랑스의 토탈(Total), 영국의 에어BP(Air BP), 일본의 이데미츠(Idemitsu) 등이 이미 SAF 시장에 뛰어들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SAF 시장 대응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라며 "법 개정에 발맞춰 구체적인 목표 설정 및 인센티브 지급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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