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위험권총 개발만 7년째…예산은 기존 권총 구입에 투자되나?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민수정 기자 | 2023.12.14 16:54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경찰이 저위험 권총을 선보이고 있다. 경찰이 3년 안에 38구경 권총과 저위험 권총을 포함해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 경찰에게 1인 1총기를 지급하기로 했다. 저위험 권총의 위력은 35줄(j) 정도로 38구경(360~380J)의 10분의 1 수준 살상능력을 갖고 있다. 발사 시 허벅지를 기준으로 뼈까지 도달하지 않도록 최대 6㎝ 정도에 박히도록 개발됐다. 2023.8.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찰이 7년여간 개발해 온 저위험권총을 2024년 도입할 계획이지만 정작 예산은 기존 38구경 리볼버 권총 구입에 더 많이 쓰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실제 경찰이 현장에서 총기를 사용한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예산 집행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2024년 정부 예산안에 저위험권총 도입을 위해 86억4800만원을 요청했다. 2026년까지 현장에 저위험권총 2만8825정을 보급하겠다는 것이 경찰청의 구상이다.

저위험권총이란 일반 리볼버형 권총과 외형은 비슷하지만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저위험 탄두를 사용해 금속으로 만들어진 탄환과 비교하면 물리력이 10분의 1수준이다. 경찰은 2016년부터 총 34억원의 연구 개발비를 들여 저위험권총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난달 7일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는 저위험권총 구입 비용에 13억원만 배정했다. 나머지 73억원은 경찰에서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미국 스미스&웨슨사의 38구경 리볼버 권총 구입에 사용하도록 편성했다.

저위험권총 도입 예산이 줄어든 것은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대통령경호처, 치안진흥센터 등 탄도 전문가들에게 자문한 결과 부정적인 평가가 일부 있었다.

대통령 경호처 사격 전문 교관은 자문 의견에서 "분산도가 15㎝로 크게 측정됐고 총기 간의 산포도 5㎝로 크게 발생했다"고 밝혔다. 분산도란 총탄이 탄착군에 모이지 않고 흩어지는 정도를 말한다. 한마디로 조준을 정확히 해도 다른 곳에 맞을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탄두에너지, 성능 및 안전도 검증 근거, 실제 현장 데이터 등에 대한 통계 부족 문제는 외부 전문가 사이에서 고루 지적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예산은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 아직 심의 중"이라며 "신뢰성 확보는 결국 검증과 운영을 통해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도입 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실제 현장 운영과정에서 신뢰성 데이터를 쌓아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증적 데이터 확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는 총기 사용에 대한 분위기가 보수적이어서다. 최근 4년간 우리나라 현장 경찰의 총기 사용률은 △2019년 6회 △2020년 4회 △2021년 3회 △지난해 3회 등 매년 줄어들고 있다. 올해는 지난 7월까지 총기를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훈련 등에서 분산도 등에 대한 데이터 축적이 가능하나 실제 신체에 탄환이 발사됐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쉽지 않은 이유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1층 로비와 주차장에서 열린 과학치안 연구개발(R&D) 성과 전시회에서 저위험 권총을 들어보고 있다. 2023.5.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문가들은 총기 구매에 많은 예산을 할애하기 전에 총기를 사용하는 현장 경찰의 부담감부터 줄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저위험권총이나 38구경 리볼버 권총이나 경찰관들이 사용을 꺼려하고 부담을 갖는 건 마찬가지"라며 "총기 사용 후 조사는 물론 민·형사상 책임도 질 수 있는데 어느 경찰이 그걸 쏘고 싶어하겠냐"고 말했다.

실제 서울 지역 한 파출소 소장은 "후배들에게 총을 던져서 맞히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총을 발포하지 말라고 한다"며 "대퇴부 이하로 총을 조준하더라도 범인이 가만히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독일이나 벨기에, 브라질에서 만든 비살상권총을 현장에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해당 권총 1정당 단가 역시 1000달러 이하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품질이 검증된 비살상권총을 들여오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원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교수는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개발한다고 해서 품질이 보증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외국에서 검증된 물리력 도구 등을 충분히 검토해 도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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