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끈끈했던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내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높아지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13일(현지시간) CNN·월스트리트저널(WSJ)·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그간 끈끈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관계가 삐걱거리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CNN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이스라엘을 가까이에서 보살폈다. 그러나 두 달여가 지난 지금 백악관과 네타냐후 정권 사이에 전례 없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전쟁 발발 이후 줄곧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자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와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 유대교 행사 공개 연설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 군사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12일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는 네타냐후 총리를 언급하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무차별 폭격을 감행했다며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에서 전 세계의 지지를 잃고 있다"며 "그(네타냐후)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고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 정부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WP도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격으로 민간이 피해가 확대되는 것은 지적한 것"이라고 전했다. CNN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확대로 미국 내 이스라엘 지원 반대 여론이 거세졌고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줬다며 이를 의식한 바이든이 네타냐후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민간인 피해 축소 압박과 공개 비판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것이라는 강경 행보를 고수했다. 13일 이스라엘 방위군(IDF) 수용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 가자지구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가자지구 통치 방안을 두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한 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과 각각 개별 독립 주권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극우 성향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그는 12일 영상 메시지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마스 이후'의 문제에 관해 계속 대립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스라엘 극우파가 반대하는 '오슬로 협정'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3년에 체결된 '오슬로 협정'에는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철군과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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