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해, 사람도 무서워…집 안에 갇혀버린 청춘 2만1360명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세종=김훈남 기자 | 2023.12.14 05:00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
직업·대인관계 등 원인…삶 만족도 10점 만점에 3.7점
정부, 청년주택 11.5만가구 계획…맞춤형 지원 본격화

고립·은둔 청년들이 취업 실패와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동영상 시청과 같은 온라인 활동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고립된 채 보내고 있다. 정부도 내년까지 청년주택 11만5000호를 공급하고 일자리 경험·맞춤형 고용서비스 확대 등 고립·은둔 청년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보건복지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 이같은 내용의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은 복지부가 전국의 19~39세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심층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마련됐다. 정부가 전국단위로 고립·은둔 청년 실태를 조사한 건 처음이다.

고립·은둔 청년 심층조사의 방식은 온라인 링크를 통한 자기응답식이다. 조사에 응답한 고립·은둔 청년은 2만1360명이다. 이 중 1만2105명이 1차 위험군으로 식별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차 심층조사에선 8874명이 최종 응답했다. 방에서도 안 나온다고 답한 초고위험군이 504명에 달했다. 최종 응답자 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72.3%로 남성의 약 2.6배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자 중 가족이나 지인 등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는 69.9%다. 나머진 혼자다. 미혼인 사람의 비율은 89.5%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도 8.6%에 이르렀다.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서 3.7점에 그쳤다. 경제수준에선 본인을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75.7%로 높았다. 가족 전체를 경제적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비율도 54.3%였다.

고립·은둔 생활이 시작된 이유는 직업 관련 어려움(24.1%),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건강(12.4%) 순이었다. 고립·은둔 생활이 시작된 연령은 20대가 60.5%로 주를 이뤘다. 고립·은둔 기간은 1년 이상 3년 미만의 비율이 26.3%로 가장 높았다. 3개월 미만(15.4%), 10년 이상(6.1%)의 비율도 낮지 않았다.

고립·은둔 청년들이 주로 하는 활동으로는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 등 동영상 시청(23.2%), 온라인 활동(15.6%) 순이었다. 조사 기간 기준으로 지난 일주일 동안 돈을 벌기 위해 1시간 이상 소득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7.2%다. 질적 분석 결과를 보면, 물류센터와 같은 곳의 간헐적 노동과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의 경제활동이 이뤄졌다.

특히 일주일 이상 옷을 갈아 입지 않는다는 비율(15.8%), 목욕 및 샤워를 하지 않는 비율(10.5%), 세수나 양치를 하지 않는 비율(4.5%) 등을 볼 때 고립·은둔 청년들은 자기관리에도 소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이 좋지 않다고 응답한 고립·은둔 청년의 비율이 각각 56.1%, 63.7%로 나왔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75.4%나 됐다. 이 중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26.7% 수준이다. 조사에 최종적으로 응한 고립·은둔 청년 가운데 현재 상태를 벗어나길 원하는 청년의 비율은 무려 80.8%였다. 이번 심층조사에서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며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고립·은둔 청년도 1903명으로 집계됐다.

한덕수 총리는 "고립·은둔의 문제는 개인과 가족 구성원의 어려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비용도 막대하다"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고립·은둔 위기 청년을 조기 발굴하고, 전담지원체계를 구축해 원인별·단계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고립·은둔 대책 배경을 설명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우선 정부의 청년정책 추진 3년차인 2024년을 앞두고 그동안의 청년정책 점검을 바탕으로 한 보완방안을 논의했다. 청년정책 보완방안은 크게 △일자리 △주거 △물가 △취약청년 보호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2027년까지 청년주택 58만호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차질없이 이행하기 위해 2024년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공임대 5만호, 공공분양 6만5000호를 공급하고 내집마련을 3단계에 걸쳐 지원할 방침이다. 내집마련과 자산형성이 연계되도록 높은 저축금리와 낮은 가입조건을 갖춘 청년주택드림통장을 도입하고 청약당첨 시 연 2%대 금리·40년 장기대출, 출산가구 주택공급 등 지원책을 점검한다.

△고물가시대 대비 국가장학금 및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이자면제 지원 확대 △연 3회까지 국가 자격증 응시료 50% 지원 △교통비 환급 K-패스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 등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선 중앙정부 차원의 고립·운둔 청년 지원방안도 논의됐다. 온라인·129콜센터 등 다양한 경로로 위기 청년을 조기 발굴하고 청년미래센터(가칭)같은 전담지원체계를 만들어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원인·단계별 맞춤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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