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에 손 벌리는 CJ바사, 유증에 건물 매각까지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 2023.12.13 16:41

최근 부동산 매각…"R&D 자금 마련"
2021년 CJ 인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CJ바이오사이언스가 모회사인 CJ제일제당에 거듭 손을 벌리고 있다. 인수 2년만인 올해 대규모 유상증자(유증)에 참여해 240억원을 쥐어준 데 이어 건물까지 사줬다. 모두 CJ바이오사이언스의 R&D(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CJ제일제당도 올해 수익성 악화를 겪는 가운데, CJ바이오사이언스에 잇단 지원이 CJ제일제당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바이오사이언스는 전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노플레이 건물, 토지를 CJ제일제당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331억원(부가세 별도)이다. 계약은 오는 20일 잔금(298억원) 납입이 이뤄지면 종료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거래 목적을 "투자자산 매각을 통한 선제적 자금 확보로 R&D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사내벤처 사무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CJ 바이오사이언스가 R&D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매각에 나선 것은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7월 CJ바이오사이언스(당시 천랩)를 인수했는데, 이후 CJ바이오사이언스 실적은 매년 악화됐다. 2020년 연결기준 53억원이던 CJ바이오사이언스 매출은 2021년 44억원, 2022년 41억원으로 매년 소폭 감소했다. 이에 비해 순손실 증가 폭은 가팔랐다. 2020년 88억원이던 순손실이 2021년 193억원, 2022년 34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1~9월)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늘긴 했지만, 순손실이 커졌다. 이로 인해 CJ제일제당 인수 전인 2020년 말 88억원이던 CJ바이오사이언스의 결손금은 올해 6월 말 795억원, 9월 말 874억원으로 뛰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5월 650억원 규모 유증(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을 발표했다. 임상개발, 플랫폼기술 연구, 연구소 운영 등 R&D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유증 발표 전 3만원을 넘던 주가는 한 달만에 2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CJ바이오사이언스가 유증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도 총 456억원으로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유증 흥행을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곳이 CJ제일제당이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배정받은 신주 물량의 120%를 초과 청약했다. 액수로 240억원이다. 43.9%로 이미 안정적이었던 CJ제일제당의 CJ바이오사이언스 지분율은 유증 후 47%로 올라갔다.

특히 이번 유증은 CJ바이오사이언스가 CJ제일제당에 인수된지 2년 만에 실시됐다. 당시 CJ바이오사이언스 인수대금은 983억원이었다. 지난 2년간 인수, 유증 참여, 부동산 매수 등 활동으로 CJ제일제당이 CJ바이오사이언스에 쓴 돈은 총 1554억원이다.


특히 올해는 CJ제일제당의 실적이 예년같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의 올 1~9월 별도기준 매출은 5조82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630억원으로 32% 급감했다. 금융수익이 늘고 금융비용은 줄어 순이익이 늘긴 했으나, 영업에서 올린 수익성이 악화된 부분이 뼈아프다. 그 동안 CJ제일제당은 꾸준히 외형과 내실을 키우는 흐름을 보여왔다. 이에 올해 CJ제일제당은 중국 식품 자회사 지상쥐, 브라질 자회사 셀렉타 등 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업을 재정비하고 재무 개선에 나섰다.

CJ바이오사이언스로서도 투자 결과물인 R&D 성과를 점차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 전문기업이다. 인수 당시 CJ제일제당은 자사 미생균·균주·발효 기술에 CJ바이오사이언스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접목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단 청사진을 내놨다. 현재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15개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4D파마 자산(11개 파이프라인)을 인수하면서 현 구조가 갖춰졌다. 대부분 전임상~임상 1상 단계다. 이중 주력 파이프라인은 CJRB-101(면역항암제)이며, 지난 10월 1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CJRB-101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개발 중이고, 나머지 파이프라인들도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단 CJRB-101은 2025년 임상 1·2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뒀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된 적자와 관련해서는 "신약 개발은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투입돼야 해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분야"라며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을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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