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근거 없다" LK-99 검증위 결론…연구자들은 내분 격화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3.12.13 11:57

8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검증위 "저항값 매우 큰 부도체 불과"
퀀텀에너지연구소 시료 제공 안 해…3가지 방식, 자체 합성 실험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상압 조건에서 구현했다고 밝힌 초전도체 LK-99. / 사진=퀀텀에너지연구소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가 퀀텀에너지연구소 등이 합성했다고 주장한 초전도체에 대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수개월간 진행한 실험 결과 LK-99는 저항값이 매우 큰 부도체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검증위는 13일 'LK-99 검증 백서'를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검증위는 지난 8월 서울대·POSTECH(포항공과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경희대·부산대 등 8개 연구기관이 모여 LK-99 재현 실험을 진행하며 총 5차례 중간 브리핑을 했다. 이번 백서는 사실상 최종 결론이다.

앞서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김현탁 미국 윌리엄&메리대 연구교수 등 연구팀은 지난 7월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황산납과 인화구리를 1대1로 합성·가열해 LK-99라는 새로운 결정구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LK-99가 상온·상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1911년 초전도 현상이 관측된 이래 극저온·초고압 조건에서만 초전도체가 구현됐지만 당시 연구팀의 발표가 나오면서 전 세계가 들썩였다. 다만 일반적인 논문은 발표 전 동료평가를 거치지만,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는 검증을 거치지 않아 논란이 계속 커졌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고, 외부 자기장을 배척하는 마이스너(반자성) 효과로 공중에 뜬다. 초전도체를 구현할 수 있는 재료들로 전기·전자부품을 바꾸면 낭비 없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자기부상열차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이에 검증위를 비롯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이를 재현했지만 LK-99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검증위는 LK-99 시료가 확보되지 않아 공개된 합성방법에 따른 합성, 고유 방법을 사용한 합성, 단결정 시료의 합성 등 3가지 방법을 활용했다. 3가지 방식 모두 상온이나 저온에서 초전도체 특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검증위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LK-99가 '저항이 매우 큰 부도체'라고 밝혔다. 검증위는 "일부 시료에서 섭씨 100도 근처에서 비저항 값이 급격히 변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불순물 상의 상전이에 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검증위는 "국내외 재현실험 연구도 전기저항 0과 마이스너 효과를 보여주는 경우는 없었다"며 "대부분의 결과는 LK-99가 오히려 비저항 값이 매우 큰 부도체임을 보여준다. 검증위는 원논문의 데이터와 국내외 재현실험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이어 "과학적 발견에 대한 1차적 증명의 책임은 처음 발견한 연구자에게 있다"며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주장이 일방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인 보편성을 갖는 사실로 입증되기 위해선 제3자에 의한 교차측정과 재현 등의 절차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LK-99 연구진 간 내분도 격화하고 있다. L과 K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 성을 땄지만, 김지훈 소장이 최근 갈등으로 회사를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LK-99 연구에 참여했던 김현탁 연구교수가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에게 연구윤리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까지 나선 상황이다. 권 교수는 김 교수에 대한 명예훼손 법적 조치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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