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년에도 '디지털·AI·양자' 집중투자… 단기 부양책은 없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정혜인 기자 | 2023.12.13 11:40

시진핑 베트남 출국 앞두고 '경제공작회의' 주재
재정·통화정책 "신중·유연" 인위적 부양 없을 듯
'디지털·AI·양자기술 등 기술혁신'이 1번 과제…

[하노이=AP/뉴시스]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현지시각) 하노이에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하면서 박수하고 있다. 2023.12.12.
중국이 내년 경제 목표로 파격적인 첨단기술 혁신을 통한 산업혁명을 설정했다. 또 내수 소비를 늘려 소비와 투자가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재정지출과 통화정책은 '질과 효율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설정하겠단 방침이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쏟아붓는 인위적 부양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3일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중국의 내년 경제전략을 수립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체인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지난 11~12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가운데 진행됐다. 시 주석이 12~13일 베트남을 방문함에 따라 회의가 순연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르게 개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회의를 통해 내년 GDP(국내총생산) 성장 목표 초안도 설정했으나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GDP 목표치는 매년 3월 양회를 통해 구체적으로 발표된다. 고도성장기엔 경제공작회의 이후 대략적 수치가 제시되기도 했었다. 당장은 지속적인 경기부진으로 성장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상황에 따라 목표치 수정도 필요할 수 있다. 내년 3월까지 성장 목표가 공식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올 한 해 경제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당 중앙의 영도 아래 외압을 이겨내고 내부 난을 극복하며 개혁개방을 심화한 해"로 정의하고 "경제회복과 고품질 개발이 견실하게 진전됐다"고 자부했다. 이어 "우리 경제는 세계 1위 성장률을 유지했고 다양한 발전 모멘텀을 보여줬다"며 "서방에서 제기한 다양한 '중국 경제 붕괴론'도 모두 깨트렸다"고 강조했다.


"수요부족·경제장애물 극복해야" 첨단기술 혁신 등 9개 과제 설정


중국 내수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중국경제 하강국면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베이징 시내 관광지 중 하나인 난뤄구샹(남라고항)을 찾은 중국인들의 모습. /사진=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그러나 경제 전반에 걸친 그늘까지 부정하지는 못했다. 중국 정부는 "수요 부족, 일부 산업의 생산과잉, 취약한 사회적 기대 등 여러 위험이 있으며 국내 경기순환에 장애가 되는 몇가지 어려움과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종합하면 우리나라 발전엔 우호적 조건이 불리한 조건보다 많으므로 자신감을 높여야 한다"고 다독였다.

중국 정부는 내년 경제기조로 '안정 속에서 성장을 추구하고 성장으로 안정을 촉진하며 먼저 세우고 나중에 돌파한다'는 의미가 담긴 '온중구진(穩中求進)·이진촉온(以進促穩)·선립후파(先立後破)'를 견지하기로 했다. 온중구진이 이번 회의까지 3년째 유지된 구호인 반면, '성장으로 안정을 촉진한다'거나 '먼저 세운다'는 의미의 구호는 올해 처음 제시됐다. 핵심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 의지를 밝힌 거다.

중국 정부는 이 기조 하에 내년 경제 주요 9개 과제를 선정했다. 1번 과제는 △기술 혁신을 통한 현대산업시스템 구축 주도다. 파격적 첨단기술을 통해 산업 혁신을 촉진하는데 집중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경제와 AI(인공지능), 바이오 제조, 상업용 항공우주기술, 양자 및 생명과학 등에 기업 투자를 지원하고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내수소비 확대에도 집중한다. 잠재 소비를 늘리고 소비와 투자가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각론이다. 중국 경제는 지속적인 내수 침체와 물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장기물가하락에 따른 침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 대표적 이차전지 기업 CATL이 공개한 한 생산기지 내부모습.

△핵심분야의 개혁도 약속했다. 국유기업 개혁을 심층 시행하겠다는 건데 에너지기업 구조개편은 물론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동산 기업 재편이 이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세계에 대한 개방 확대도 다짐했다. 연중 위축됐던 수출입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를 다시 늘리겠다는 거다.

△핵심 분야 리스크 예방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부동산과 지방채, 중소금융기관 등의 리스크를 줄인다는 내용이다. 최근 무디스가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내세운 이유가 지방정부 부채와 부동산이었다. 이를 적절히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밖에 △'농업, 농촌, 농민'의 이른바 3농 문제 해결도 핵심 과제로 꼽았고 △도농통합 및 지역협력 발전도 내년 과제로 설정했다. △생태문명 건설 및 녹색·저탄소 발전도 목표다. 마지막 아홉번째는 △국민생활의 효과적 보호·개선을 내걸었다. 청년층의 안정적 취업을 보장하고 사회보장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발표가 중단된 청년 실업이 사상 최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 양적완화 내년에도 없을듯… GDP 목표치도 '보수적' 전망


중국 베이징 최고 중심가인 궈마오 인근에서 대형 오피스 빌딩을 신축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타워크레인들이 바삐 자재를 옮기는 모습. /사진=우경희 기자
중국 정부는 애써 긍정 평가했지만 각종 경제지표에서 보이는 중국 경제 전망은 어둡다. 올 한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두 가지 덫은 내수침체와 부동산 시장 붕괴다. 내수침체는 경제성장 엔진을 느려지게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 붕괴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와 엮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초대형 시한폭탄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모두 중국 경제엔 치명적인 악재다.

그럼에도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치기는 어렵다는데 중국 정부의 고민이 있다. 이번 경제공작회의에서 관심을 모았던 내년 재정·통화정책 전략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질·효율성·신중함'을 키워드로 꼽았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 재정정책을 강화하겠지만 질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통화정책은 신중하고 유연하며 적절하고 정확하며, 효과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돈을 막 풀지는 않겠다는 거다.

중국 정부는 그러면서 "재정지출 구조를 최적화하고 국가중요전략과제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략과제에만 돈을 쓰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올해 부동산 기업들이 줄줄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는 상황에도 적극적 지원보다는 관망으로 일관했다. 정부가 시장의 위기를 키운다는 서구의 비판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중국 정부는 실제 "거시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며 "재정과 금융, 고용, 산업, 지역, 과학기술 등 정책조율을 강화해야만 같은 방향으로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AI나 양자기술 등 첨단 미래 성장 동력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를 감안할 때 대대적 양적완화를 통한 인위적 경기부양 가능성은 내년에도 낮아보인다. 중국 정부가 단기간에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단기처방보다는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하며 부동산 등 부실 기업들을 정리하고, 이 과정에서 시장에 전해지는 충격파를 감내하면서 5~10년 후 부가가치를 창출할 신성장동력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는 거다.

중국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높여잡았을 가능성도 낮다. 성장보다 안정이 먼저다. 올해 목표치인 5% 정도를 유지할 거라는 전망이 정부 내에서 나온다. 최근 로이터가 중국 정부자문위원 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명이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5%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고, 5.5%를 전망한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다.

한 재중 경제관료는 "현재 중국 경제의 문제는 이전부터 구조적으로 쌓여온 것들이 표면화하는 것들이 적잖은 만큼 단기적으로 정책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물 밑 작업을 통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어떻게 적절하게 조정하는지가 내년 중국 경제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재클링 롱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 결과는 원론적이었으며 창의적인 것은 없었다"며 "투자자들은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친성장 정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음주 뺑소니' 후폭풍…끈끈하던 개그 선후배, 막장소송 터졌다
  2. 2 "1.1조에 이자도 줘" 러시아 생떼…"삼성重, 큰 타격 없다" 왜?
  3. 3 '나혼산'서 봤는데…'부자언니' 박세리, 대전 집 경매 넘어갔다
  4. 4 "못생겼어" 싼타페 변신 실패?…대신 '아빠차' 등극한 모델은
  5. 5 피자·치킨 20인분 배달가니 "안 시켰다"…후불 '음식테러' 한 사람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