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를 왜 걱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빨리 커온 산업을 찾아볼 수 있었나요?"
카데리약 피터(Kaderjak Peter) 헝가리배터리협회(HUBA) 회장은 지난달 5일 부다페스트 기술경제대학 내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카데리약 협회장은 헝가리의 경제학자이자 에너지 전문가로, 혁신기술부 차관 등 공직도 두루 역임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HUBA의 얼굴 격으로 현지 정부와 기업 간 협력 촉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데리약 협회장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대한 시장의 최근 우려는 과대평가됐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헤어질 때 악수를 나누며 마지막으로 한 말도 "그런 우려가 도대체 왜 나오는지 도저히 모르겠다"였다. 최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수요 증가세가 다소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매년 가파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으며,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게 카데리약 협회장의 진단이었다.
실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는 723만대로 전년비 35.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판매 증가율(10%)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수요 증가폭 정체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유럽 조차도 전년 대비 46.9% 증가한 147만2000대의 전기차를 팔아치웠다.
그는 "헝가리의 경우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초록색 번호판을 달아주는데, 1년 전에는 그 수량이 4만6000대에 불과했다"며 "현재는 8만대가 넘었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차 산업에 여러 브랜드들이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그 효과가 가격 인하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상류층에 속했는데, 가격이 중산층도 구매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오면, 수요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2024년들어 수요 증가폭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고, 2025년에는 판매가 더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트렌드 상으로 볼 때 2026년이 되면 전기차의 생산이 내연 기관차의 생산을 앞지를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헝가리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연 40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250GWh까지 확대하며 유럽의 배터리 허브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헝가리 정부는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대한민국을 꼽고 있다. 삼성SDI, SK온, 솔루스첨단소재 등 현지 진출 기업들이 총 2만명에 달하는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삼성SDI 한 회사의 수출만 따져도 헝가리 전체의 4%에 달한다.
파비안 차관은 "헝가리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인증, 생산, 유통, 재활용까지 풀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이 밸류체인에 헝가리 기업들이 되도록 많은 참여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헝가리의 연구소 및 대학교들과 교류를 많이 하면서 '윈-윈' 해나가는 전략을 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