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티' 용납 못하는 솔루스…전지박 '2조원 수주' 앞세워 유럽 공략

머니투데이 부다페스트(헝가리)=최경민 기자, 부다페스트(헝가리)=강주헌 기자 | 2024.01.02 13:30

[MT리포트-전기차·배터리 RELOAD]④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 공장을 가다

편집자주 | 2024년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재장전(reload) 타이밍이다. 2023년 동안 증폭됐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뒤로 하고 추진력을 다시 확보할 때다. 기업들은 한 발씩 흔들림없이 나아가고 있다. 미래 전기차 시장을 향해 언제든 회심의 한 발을 날릴 수 있는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헝가리 타타바냐에 위치한 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법인(VESH)/사진=최경민 기자
얇고 민감한, 종이 같은 금속.

지난달 4일 헝가리 타타바냐에 있는 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법인(VESH)을 찾아 품질 체크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8㎛(마이크로미터) 전지박(동박)을 직접 만져봤을 때의 느낌이다. 별 힘도 주지 않았는데, 흠집이 나고 찢어진다. 전지박은 이차전지 내 음극재를 감싸는 구리로 만든 얇은 막이다.

전지박을 이리 저리 돌려가며 만져보던 기자에게 곽근만 솔루스첨단소재 유럽통합법인장은 "납품할 때까지 전지박 1만m 이상을 잡티 하나 없이 뽑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구리 스크랩 용해→제박→절단→검사 및 출하를 거치는 동안 흠집 같은 게 생긴다면 배터리 누전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수다. 실제 주요 제작 과정은 클린룸과 에어커튼으로 오염물질을 원천 차단한 가운데 진행한다. 포장 역시 버블랩과 나무박스를 이용해 철저하게 한다.

곽 법인장은 "8㎛이 현재 범용 제품이고, 현재 그보다 더 얇은 6㎛ 제품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6㎛ 제품은 만져보면 8㎛과 차이가 확연이 느껴질 정도로 얇다"고 설명했다. 전지박은 얇을 수록 배터리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의 과잉공급, 전기차 전방 수요 불안 등으로 동박 업황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고수익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기업차원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5㎛ 제작 기술 역시 확보한 가운데, 유럽 현지 고객사들에게 샘플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양산까지는 2년 내외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25년부터는 4㎛ 기술 개발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소재와 모양의 이차전지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고강도·고연신 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하고 있다. 미래에는 회사의 질적인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야심이 읽혔다.

곽근만 솔루스첨단소재 유럽통합법인장
양적인 확장은 이미 마련된 마스터플랜에 따라 이뤄지고 있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2020년 11월 유럽 유일의 전지박 공장인 헝가리법인을 세우고 현지 시장에 재빨리 진출했다. 현재 1공장(연산 1만5000톤)을 '풀가동'하고 있는 중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2공장(2만3000톤)은 최근 증설을 마치고, 공장 셋업과 양산준비가 한창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테슬라, SK온 등이 고객사다. 프랑스 ACC 공장에도 납품할 예정이고, 중국의 CATL과는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확보한 수주금액은 2조원 수준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2026년까지 3공장(6만2000톤)을 완공하고 연 10만톤에 달하는 전지박을 헝가리에서 쏟아낼 예정이다. 실제 헝가리법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끝없이 늘어선 3공장 공사 현장이었다. 캐나다(2만5000톤)와 룩셈부르크(1만5000톤)까지 합쳐 2027년 총 14만톤에 달하는 동박 및 전지박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최근 전지박 시황 불안은 단기 변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솔루스첨단소재의 경우 전지박 과잉공급을 이끌고 있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기에, 이르면 2025년쯤부터 시황회복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역시 단기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이 맞지만, 장기적 성장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곽 법인장은 "단기 성장률의 경우 10~20% 정도로 기존 대비 조금 낮춰서 잡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30%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해 매출의 경우 17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보이는데, 1~2공장을 풀가동하면 매출 4000억~5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 타타바냐에 위치한 솔루스첨단소재 3공장 건설 모습/사진=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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