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체코 모라바슬레스코주 노쇼비체 현대차 체코공장(HMMC). 공장 내에서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시대의 제품이 양산되고 있었다. 내연기관차의 대표적인 부품인 변속기와 전기차의 주요 부품인 BSA(배터리시스템)이다.
HMMC에는 변속기를 생산하는 1공장과 2공장이 있었는데 이 중 2공장이 2022년 11월 BSA 생산공장으로 개조됐고 현대모비스 체코공장(MCZ)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두 공장은 벽 하나를 두고 붙어있다.
체코공장 내 변속기 생산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하나 남은 변속기 생산공장도 다음달 단산하고 BSA 생산공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내연기관차 생산은 줄고 전기차 생산은 늘어나면서 변속기 공급 물량이 점차 감소하는 것에 따른 대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가는 전환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유럽시장 변속기 수요 감소로 체코공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것 보다 외부에서 공급받는 게 현 상황에서 더 낫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강상원 현대모비스 체코법인장은 "공장을 신축하는 것보다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이나 변속기 생산 건물을 활용해 (전동화 부품 공장을 구축하는 게) 수백억원 이상의 초기 투자 비용 등을 절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코공장은 현대차 글로벌 전동화 전략의 전초기지다. 올해 유럽 시장에 판매한 현대차 전체 신차 중 41.6%가 체코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다. 2008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해 올해 양산 15주년을 맞았다.
여의도의 3분의 1 크기인 약 198만㎡(60만평) 부지에 터를 잡은 이곳의 연간 생산능력은 33만대에서 최대 35만대까지다. 투싼 HEV, PHEV 모델과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 가솔린 모델인 i30를 생산하고 있고 지난해 8월에는 코나 일렉트릭 2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대응 전략은 '생산의 현지화'다. 현지 생산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무엇보다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유럽으로 공급하는 차량 생산은 물론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현지에서 조달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모듈 위주의 생산에서 탈피해 다양한 부품을 현지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체코공장 전체 생산 중 전동화·전장·램프 등 핵심부품 비율은 지난해 31%에서 2026년 42%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의 구동장치인 PE(Power Electric) 시스템과 제어기를 생산할 신규 거점도 검토 중이다. 2026년 생산 거점을 선정해 현지화하고 2028년에는 물량 증가 등 상황을 고려해 거점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체코공장에서 유럽에 공급하는 전기차 모델은 코나 일렉트릭 한 차종이지만 2027년에는 세 차종을 생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창기 현대차 체코법인장은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 한 차종으로는 필요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기차 라인업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설계의 효율화, 생산의 현지화 등을 통해 원가 절감을 통해 유럽·중국 등 업체와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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