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란봉투법 폐기를 지켜보며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 2023.12.14 05:07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거부권 남발 및 '노란봉투법·방송법' 재의 부결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당연히 폐기됐어야 하는 법입니다. 솔직히 정치싸움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래선 안됩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담당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랜 논쟁에 지칠대로 지친 그는 "더 이상 쳐다보기도 싫다"고 덧붙였다. 경제 단체와 기업인들이 직·간접적으로 국회를 찾아간 것만 수백번은 넘을 것이라고 한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8일 국회 재표결을 거쳐 결국 폐기됐다.

이 같은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노란봉투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 됐고 결국 통과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무산됐다. 본회의 직회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거쳤다. 대통령 거부권은 마감 기한을 하루 앞두고 행사됐다.

결과적으로 재계의 요구대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진 않았지만 문제는 과정이다. 노란봉투법이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노란봉투법 도입 논의 초기단계부터 거부의를 밝혀왔다. 짧게는 2년, 길게는 2015년 노란봉투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 8년 동안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악법"이라고 지적한다.

재계는 특히 정쟁에 밀려 재계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조차 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제계 관계자는 "(국회에서)아무리 설명을 해도, 다음날 다른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을 담당한 재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정치적 명분이 경제 정책 보다 우위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외면 당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노란봉투법이 여전히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야당이 노란봉투법을 포함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결정한 법안들을 다시 추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계는 똑같은 상황을 또 다시 겪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만약 다시 논의를 시작한다면 기업들인들과 재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똑같은 잘못을 반복해선 안된다. 노란봉투법의 본래 취지대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산업 발전과 국가 경제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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