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우리·DGB금융지주 등 최근 금융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승계절차와 관련한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앞으로 '현직 CEO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에는 금융회사 CEO 선임 절차를 개시해야하고, 세부적인 CEO 자격 요건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 다만 논란이 된 CEO의 3연임 등 장기집권에 대해선 별도 기준을 주지 않았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도 시행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30가지 모범관행을 제시했다.
이번 모범관행은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가 분산된 기업'을 겨냥,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금감원, 은행권 연구기관 등이 수차례 회의를 거쳐 내놓은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회사 CEO 선임시 현 CEO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 개시해야 한다. 지금은 승계절차 개시 시점에 대한 규정이 없거나 임기만료 2개월 전 혹은 주주총회 30일 전 등으로 촉박해 선임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에는 1개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에는 2개월이 소요됐다.
사전에 CEO의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하며 후보군 관리에서부터 육성, 최종 선정까지 포괄하는 종합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문서화 해야 한다. 자격요건은 도덕성, 업무전문성, 학력 및 경력, 연령 등 항목별로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상시 관리 후보군이 아닌데 갑자기 후보군에 들어온 경우 추천자와 사유도 명확히 해야하다. 지난 9월 끝난 KB회장 선임 과정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후보군을 선정한 뒤 평가방식을 정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주 부회장 제도를 예로 들며 "(회장)셀프연임 하는 것 보다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폐쇄적으로 운영되면 외부 경쟁자 물색 차단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 중인 DGB지주의 회장 선임과 관련, "현 회장이나 행장 등 유리한 지위의 사람들의 들러리를 (외부 후보자가) 서는 형태는 적절치 않고 DGB 측에서도 잘 이해하고 있어 사외 후보군 물색을 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사회 책임과 권한 강화도 강조했다. 그는 "(홍콩 H)지수연계증권(ELS) 판매와 관련 소비자 적합성 원칙 불비, 불완전판매 여지에 대해 문제제기 상황에서 이사회는 경영진이 어떤 동기로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소비자 피해 예방은 적절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모범관행에는 IT, 소비자, ESG 등 다양한 전문분야 사외이사가 포함될 수 있도록 '보드 스킬 메트릭스'(Board Skill Matrix )를 작성하고 사외이사 후보군을 사전 관리토록 했다. 금감원은 이를 금융회사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며, 금융회사는 내년 주총 전후로 과제별 개선 로드맵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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