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통령과 총수의 진정한 동행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23.12.12 04:09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들 간의 만남. '핫한' 이들인만큼 한 자리에 모일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을 찾아 떡볶이, 빈대떡, 비빔당면 등을 시식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이날 시장 방문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EXPO)'의 유치는 불발됐더라도 부산 경제 발전에 계속해서 힘쓰겠다는 뜻을 담았다. 취지는 좋았지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총수들을 너무 자주 호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다시 윤 대통령이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동행해 네덜란드 국빈방문에 나섰다. 두 나라 간 '반도체 협력' 확대가 목표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의 윤 대통령의 역할을 바라는 이들이 많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한-네덜란드 협력 관계의 중심축"이라며 반도체 동맹 강화가 방문 목적이라고 콕 집어 밝혔다. 오는 13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업무 오찬에서 반도체 동맹 구축 방안을 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외국 정상 최초로 ASML 클린룸도 찾을 계획이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해 '슈퍼 을'이라 불린다.

네덜란드는 ASML을 비롯해 원자층증착(ALD) 장비 기업인 ASM과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등이 있는 반도체 강국이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필두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공급 60% 이상을 차지하는 큰 손 고객이다. 그렇지만 네덜란드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과거 기업 총수들과 함께 간 해외 순방에서 우리 기업인들과 외국 정부 인사들과의 미팅을 즉석으로 주선하면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했다. 그런만큼 반도체업계는 대화체 신설, 공동 사업 발굴 등과 같은 결실이 있기를 기대한다. 미중 무역 갈등 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점이다. 윤 대통령이 자처해왔던 영업사원으로의 면모를 부각할 만한 성과를 낼 때, '총수 동원' 논란이 수그러들고 '총수 동행'의 진정한 의미가 널리 알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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