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하면 '의사 면허' 내걸어야 할 수도…과거와 다른 의협 왜?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12.11 16:08

업무 방해, 집시법 위반→금고 이상 형→ 면허 취소
5월 의료법 개정안 시행 후 충파업 참여 의사 부담↑
최대집 전 의협회장 재등장…대구시의사회 반발 성명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최대집 대한민국의사협회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6일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 범대위 철야 시위 및 릴레이 1인 시위 관련 기자회견에서 삭발하고 있다. 2023.12.06.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11일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을 반대하며 전체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개시했다. 투표는 오는 17일까지 일주일간 진행하는데, 투표 결과에 따라 총파업을 결정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의협은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투쟁을 정부 의대 증원 추진 과정을 지켜보며 정하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2020년 의대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방침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단행해 환자들이 진료에 큰 불편을 겪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총파업에 참여하는 순간 '의사 면허'를 내걸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의협 범대위 관계자는 "투표는 진행하되 투표 결과에 즉각 행동하지는 않기로 했다"면서도 "의대 증원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듣기 위해 지방을 찾아 젊은 의료인도 만나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파업에 즉각 돌입하기보다, 의사단체로서 정부를 압박하며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 입김을 불어 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총파업 찬성표가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파업 실행 여부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큰 데다 정부와 여당 모두 의협의 극단적 태도를 지적하는 등 의협이 수세에 몰리고 있어서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2020년 파업을 주도하다, 결국 정부와 합의한 최대집 전 회장이 이번 연대투쟁의 전면에 나서는 것 자체에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대구시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최대집 의협 비대위 투쟁위원장 선임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에 나선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번 투표는 오는 17일까지 진행되며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 2023.12.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총파업 여정'의 걸림돌은 또 있다. 의사 면허 취소 가능성이다. 올해 5월 19일 공포 후 즉시 시행된 의료법 개정안, 이른바 '의료인 면허 취소법'에 따르면 의사가 불법 파업으로 업무 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으로 환자가 치명적인 피해를 보고,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오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의료 소송 전문 A 변호사는 "불과 올 초 간호법 투쟁 때까지만 해도 총파업 같은 불법적 행동을 저지를 수 있던 건 의사 면허가 취소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개정안 시행 후 업무 방해, 집시법 위반 시 연루자들의 의사 면허가 박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이 의사들의 여론을 취합하는 설문조사에서 총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것만으로는 의사 면허의 취소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A 변호사는 "찬성표를 던진 의사가 실제로 향후 총파업에 참여해 집시법을 위반했거나 병원 업무를 방해한 경우, 환자 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의사의 총파업 찬성표가 처벌을 위한 참고 자료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장관의 업무개시명령도 의협엔 걸림돌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 또는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현행 의료법(88조, 59조 3항)에 따르면 의료인 및 의료기관 개설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 벌금형(형사처벌)에 처할 수 있다. 또 행정처분으로는 해당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을 처분받을 수 있다. A 변호사는 "올해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형사처벌과 함께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은 의료인 중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고 설명했다 .


의사들 사이에서는 2020년 파업을 주도하다, 결국 정부와 합의한 최대집 전 의협회장이 이번 연대투쟁의 전면에 나서는 것 자체에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의협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막기 위한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 특별위원회'(이하 범대위)를 꾸리고, 범대위 산하에 투쟁분과(최대집 분과위원장), 조직강화분과(최운창 분과위원장), 홍보분과(백현욱 분과위원장)를 꾸렸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6일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 범대위 철야 시위 및 릴레이 1인 시위 관련 기자회견에서 삭발식을 마친 최대집 대한민국의사협회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9.4의정합의 촉구 머리띠를 둘러주고 있다. 2023.12.06.
전 의협회장이기도 한 최대집 투쟁분과위원장이 재등장한 데 대해 의협 내부의 반발이 크다. 그는 2020년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자 당시 의협 회장을 맡아 총파업 등 강경 투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최대집 투쟁분과위원장은 의협이 10일 마련한 범대위 2차 회의에서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를 1500~2000명 선까지 늘리려 하는데, 우리 예상보다 큰 폭"이라면서 "17일 총궐기대회 현장에 최대한 많은 인원이 나와야 한다. 다음 주 중 서울과 경기지역 시·군·구의사회 40여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회원들께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시의사회는 10일 성명에서 "모두의 뜻을 모아 나아가야 할 비상대책특별위원회 투쟁위원장에 최대집 전 의협회장을 선임한 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며 "최 전 의협회장은 의료계의 현안과 무관하게 현 정권에 반대하는 언행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의사회는 "최 전 의협회장은 정부와의 투쟁과 협상을 슬기롭게 병행해야 할 비대위의 투쟁위원장에 대단히 부적절한 인사"라며 "선임을 취소하고 회원들이 신뢰하는 유능한 인사들로 채워진 실효적인 투쟁체를 새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의협이 총파업 투표를 실시하기 하루 전날인 10일 정부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개로 나뉜다. 복지부는 이날 조규홍 장관 주재로 자체위기평가를 개최하고 의료계 상황과 위기 경보 발령 요건 등을 고려해 보건의료 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비상대응반을 구성해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보건의료 분야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비상 진료체계 사전 구축 등 의료 이용 불편 예방을 위한 사전 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 위기 '관심'은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보건의료 관련 단체의 파업·휴진 등에 대비해 상황을 관리하고 진료 대책 점검과 유관기관 협조체계 등을 구축하는 단계다. 복지부는 총파업을 대비해 비상대응반을 꾸리고 비상 진료 대책 수립, 비상 진료체계 점검 등 의료현장 혼란과 의료 이용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의협은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를 꾸린 후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 시위에 들어간 데 이어 집단행동 수위를 점차 높여나가고 있다. 오는 17일엔 의대 정원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궐기 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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