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국산신약 37호 허가…업계 "시기보단 시장성이 중요"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 2023.12.10 16:05

올해 국산신약 허가 '0건'…지난해 11월 대웅 '엔블로정' 이후 1년 이상 신약 공백
2021~2022년 6개 무더기 허가와 온도차…
온코닉테라퓨틱스 '자스타프라잔' 유력 신약 후보…같은 계열 케이캡·펙수클루 존재는 부담


올해는 국산 신약 허가가 나지 않은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36개의 국산 신약이 허가가 났는데, 37호 신약 탄생은 결국 해를 넘길 전망이다. 업계는 신약 허가 시기보단 허가후 시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차기 유력 신약 허가 후보군의 경우 이미 경쟁약물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시장 진출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올 들어 단 1개의 국산신약도 배출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 허가받은 국산신약은 지난해 11월 대웅제약의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국산신약 36호)으로 1년 이상 신약 공백이 이어지는 중이다.

국산신약이 배출되지 않은 해는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1년 1월 유한양행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신신약 31호 지위를 얻기 전 마지막 국산신약은 2018년 7월 허가받은 HK이노엔(당시 CJ헬스케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이었다. 2년 이상의 신약이 배출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럼에도 올해 유독 아쉬움이 강조되는 배경은 최근 2년간 6개 품목이 허가되는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탓이다. 케이캡정 이후 뜸했던 국산신약은 2021년에만 렉라자를 비롯해 4개가 배출됐다. 셀트리온 '렉키로나주'(2월, 코로나19 치료제)와 한미약품 '롤론티스'(3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대웅제약 '펙수클루정'(12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등이다. 이듬해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예방백신 '스카이코비원 멀티주'와 대웅제약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이 각각 6월과 11월 허가를 받았다.

특히 최근 허가된 국산신약들의 성과는 신약 공백의 아쉬움을 키운다. 케이캡정은 출시 첫 해인 2019년 304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뒤, 지난해 1321억원으로 급성장하며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올 상반기 755억원의 처방액으로 또 한번의 기록 경신을 예고 중이다.

대웅제약도 2년 연속 배출한 국산신약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한 펙수클루는 3분기까지 누적 처방액 500억원을 넘어서며 시장에 안착했다. 시장을 선점한 케이캡의 존재를 감안하면 고무적이란 평가다. 엔블로정 역시 출시 6개월 만인 지난달 2제 복합제인 '엔블로멧'으로 라인업을 강화하며 공략 처방 수요를 넓힌 상태다.

이밖에 유한양행은 렉라자도 올해 1차 치료제로 허가 변경 이후 내년 1월 건강보험적용이 유력한 상태다. 증권업계는 이를 통해 렉라자가 내년 약 900억원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건보 등재 전 국내 폐암 환자에 무상으로 공급돼 이후 빠른 시장 침투와 실적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산신약은 신약이라는 타이틀 획득에만 집중해 정작 시장에선 외면 받고 퇴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신약들은 실적에서 적잖은 기여를 하며 각 사 대표 품목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는 올해 신규 국산신약이 등장하지 않는 점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앞선 국산신약들이 증명했듯 시장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약 개발은 최소 10년을 잡고 진행되는 만큼, 각 제약사들이 약속한 듯이 순차적으로 성과를 낼 순 없다"며 "때문에 올해 몇개 품목이 허가를 받았는지 보다는 허가 품목이 얼마나 시장에서 경쟁력 있느냐에 무게를 두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신약후보로 꼽히는 품목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보물질 '자스타프라잔'이다.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지난 6월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내년 상반기 허가 및 연내 출시가 낙관되지만 시장 경쟁력은 미지수다. 이미 같은 P-CAB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과 펙수클루가 시장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의 경쟁력은 긴 지속시간과 식사 여부와 무관한 복용법 등 기존 PPI 계열 치료제와의 비교 우위였다. 때문에 먼저 시장에 진출한 두 품목의 존재와 가파른 성장세는 넘어야 할 산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스타프라잔으로 P-CAB 계열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기술수출 및 적응증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자스타프라잔은 이미 지난 3월 중국 리브존파마슈티컬그룹에 1억2750만달러(약 1600억원) 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현지 임상 및 허가, 상업화에 지속적인 실적 창출이 가능하다.

온코닉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 중 국내에 신약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적응증 역시 내년 5월 임상 종료를 목표로 위궤양 환자 대상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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