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와 무관하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 47석(21대 국회 기준)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반면 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에 정당 득표율을 연동하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못 낸 소수 정당에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준연동형은 전체 비례대표 의석 중 일부는 연동형, 일부는 병립형을 따르는 구조다. 이를 놓고 여야 원내대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 내 논의는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공약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거대 양당 정치 구도를 깰 수 있는 정치개혁을 약속했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택한다면 야당 대표가 스스로의 약속을 뒤집는 셈이 된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어떤 상황이든 당 대표가 내건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쪽과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를 견제할 수 없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약속을 깨야 한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명분과 실리의 딜레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가 사실상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선택했다는 관측들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라이브 방송에서 "정상 정치가 작동한다면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며 "선거는 승부다. 이상적인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때로는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명분과 실리,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조만간 확인될 것이다. 이 가운데 어떤 결정이 정답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이 모든 결정의 과정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며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내년 총선에서 표심으로 확인될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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