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로 다시 일본행…야스쿠니신사 폭파 실패 한국인 손에는[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 2023.12.09 05:30

편집자주 |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폭발물을 설치한 전모씨(27)가 일본에 재입국해 일본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2015년 12월9일 오전, 일본 도쿄 국제 공항에서는 20대 한국인 전모씨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폭발물을 설치한 혐의였다.

전씨는 당초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한 건 맞지만, 폭발물을 설치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계속된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평범한 20대였던 전씨는 왜 야스쿠니신사에 폭발물을 설치한 걸까.



화장실에 설치된 시한폭탄…다행히 인명피해는 無



/AP=뉴시스

사건은 보름 전인 그해 11월23일 벌어졌다. 도쿄 소방청에 따르면 "야스쿠니신사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이날 오전 10시쯤이다.

경찰은 신사 남문에 있는 공중화장실에서 검게 그을린 흔적과 건전지, 전선, 시계, 철제 파이프 등 시한폭탄의 부품으로 보이는 물건을 발견했다. 파이프에는 도화선과 비닐관 등이 붙어 있어 외견상 기폭장치와 비슷했다. 일본 언론은 "천장에 가로세로 30cm가량의 구멍이 있었지만 폭발로 생긴 것은 아니며 인위적으로 열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인명피해는 없었고 재산 피해도 미비했다. 다만 야스쿠니신사가 가진 상징성이 커 사건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본 경찰은 남문 주변에 설치된 CCTV 등을 분석해 빠르게 용의자를 특정했다. 폭발이 있던 화장실에서는 전씨가 피운 담배 꽁초가 여러 개 발견되기도 했다.

전씨는 수사망이 좁혀지자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에 일본 경찰은 우리 정부에 전씨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청하려고 했고, 전씨는 보름 만에 자진해서 일본으로 재입국했다.

일본 경찰은 전씨의 입국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씨가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뒤늦게 수사팀을 보내 신병을 확보했다.



전씨, 재범 노렸나…재입국 당시 '화약' 소지



일본 야스쿠니신사 내 사고 현장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AFP=뉴스1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횡설수설했다. 당초 "폭발 사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가, 진술을 번복하기를 반복했다.

다만 계속된 조사에 지친 그는 "A급 전범 합사에 대한 한국의 항의에 일본이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야스쿠니를 공격하면 대중매체의 관심을 끌고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범행을 실토했다.

일본 경찰은 전씨가 재입국한 배경이 '자수'가 아닌 '재범'일 것으로 추측했다. 전씨가 재입국 당시 화약 약 1.4㎏을 소지하고 있던 게 확인되면서다.

아사히신문은 "전씨가 9일 재입국 당시 공항에서 찾으려던 배낭에서 발견된 물품 대부분이 지난달 23일 발견된 물품과 비슷하다"며 "경찰은 전씨가 재차 신사에 폭발물을 설치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전씨가 '야스쿠니신사 폭발이 실패했기에 다시 한번 하려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가 번복했다"고 전했다. NHK방송도 "전씨가 '야스쿠니신사에 개인적인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가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전씨 "주목받고 싶었다"


2016년 12월 도쿄 경찰청으로 이송되는 전씨의 모습. /사진=뉴시스

일본 검찰은 전씨의 범행을 '테러'로 규정하고 화약류 단속법 위반, 건조물 침입 등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전씨가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폭발물 제조법을 익히고, 산에서 실험까지 했다. 폭발장치를 신사 본전에 설치하려 했다가 경비원 때문에 화장실에 설치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전씨는 재판에서 "일본이나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주목받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소란을 일으켜 한국에서 칭송을 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재입국 배경에 대해서는 "검찰 주장대로 범행을 다시 계획한 것이 아니라 체포되기 위해서였다"며 "체포 돼 내가 한 짓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1심에서 "범행이 매우 계획적으로 이뤄졌고, 위험성이 높고 악질적이다. 신사 운영에 끼친 영향도 크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전씨 "교도소서 암살 당할 뻔" 이감 요청했지만…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폭발물을 설치해 도쿄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모(29)씨를 한국으로 이감해 달라고 호소하는 모친. /사진=뉴시 DB

전씨는 2017년 4월5일 일본 교도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외교부를 거쳐 법무부에 국내 이감을 신청했다.

그는 당시 옥중서신을 통해 "교도소 천장에 몰래 숨겨놓은 카메라가 있다. 휴지에 물을 묻혀 카메라를 가려버리니까 직원들이 깜짝 놀라 방을 옮기기도 하고, 제가 쓰는 글을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듬해 5월에도 또 한번 옥중서신을 보내 "교도소에서 1월부터 제 방에 가스를 살포해 호흡곤란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3월에는 몇 번이나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뿌려댔다. 야쿠자, 일본 황실과 연관된 녀석들이 저를 암살하려고 준비를 해놓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수감 생활 대부분을 징벌방에서 보내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왜 징벌방에서 생활하느냐고 물었더니 '군대와 같은 훈련을 따르지 못하면 징벌방에 넣는다'고 했다"며 "일본 교도소에서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죄가 있으면 벌을 받겠다. 하지만 애국심으로 한 행동의 책임을 일본에 맡기는 것은 원통한 처사"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외교부는 일본교도소로부터 '가스나 소독약을 살포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감 요청을 거절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돼 수감된 2년동안 21번을 면회해 관리하고 있다. 전씨는 일 교도소측의 노역 등 행형에 불응하고 진료를 거부해 7번째 독방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야스쿠니신사는 전쟁에서 숨진 영령을 떠받드는 신사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 명이 합사돼 있다.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져 2011년 12월에는 중국인 류창(劉强)씨가 신사 문에 화염병을 던졌고 2014년 12월엔 일본인 남성이 경내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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