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올리브영 과징금에...쿠팡도 무신사도 웃었다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 2023.12.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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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CJ올리브영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8억 9600만 원을 부과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에 시민이 입장하고 있다. 2023.12.07.
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의 EB(독점 브랜드Exclusive Brand) 정책이 헬스·뷰티(H&B)업계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인지는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은 유통시장에서 온·오프라인 기업 간 경쟁 구도를 인정한 첫 사례다. 사실상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한 셈이다.

이 판단으로 유통-제조업체 간 전쟁 상황에서 우선은 유통업체가 웃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입법이 검토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 유통채널-제조업체간 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가 올리브영의 EB 정책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했다면 많은 유통업체들의 EB정책들이 다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온라인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무신사가 대표적이다. 무신사는 올리브영 EB정책과 유사한 파트너십 정책을 운영 중이다. 입점 브랜드사 중 무신사와 파트너십을 맺으면 무신사가 광고비 지원 등을 해주며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이다. 이때 무신사는 협력사들이 경쟁사에 입점할 시 무신사와 논의할 것을 계약 조건에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도 최근 오프라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올리브영의 사례에 비춰볼 때 온오프라인 시장을 합산해서 볼 경우 무신사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낮아진다.

제조업체들과 납품가 단가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쿠팡도 부담을 덜게 됐다. 쿠팡은 현재 공정위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32억9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에 대해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중이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이 판매단가 인하를 요구했고 이를 들어주지 않자 거래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했다며 2019년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1개 납품업체를 상대로 경쟁 온라인몰에서 판매가격을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며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줬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가 쿠팡의 거래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부분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 여부였다. 거래상 우월적 지위는 시장 점유율 등이 주요 판단 근거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쿠팡은 LG생활건강과 갈등이 처음 발생한 2017~2018년 당시 쿠팡은 G마켓과 11번가에 뒤이은 온라인 유통업 3위 업체였고,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도 2%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유통 시장을 오프라인까지 확대해서 해석하면 쿠팡의 점유율은 더 떨어지게 된다. 쿠팡은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직매입'이라는 구조의 특수성으로 볼 때 신세계그룹과 롯데쇼핑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과도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기준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24.5%로 1위다. 하지만 오프라인까지 확대해서 볼 때 602조원 규모의 국내 유통시장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매출기준으로 4.4% 수준이다. 행정 소송에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이번 공정위 판단은 입법이 검토되고 온라인플랫폼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온라인플랫폼 규제에서도 시장획정이 핵심 쟁점이다. EU에서 지난 5월부터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하고 내년 2월부터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일정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자사우대금지, 독과점 방지의무, 불법콘텐츠 제재 의무 등 각종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EU의 모델를 참고할 경우 시장 획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장지배력을 지닌 사업자, 즉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게 된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7일 올리브영이 납품업체에 대한 행사독점을 강요했다며 과징금 18억9600만원을 부과했지만 올리브영의 EB정책이 H&B업계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공정거래법은 한 회사의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본다. 공정거래법은 같은 갑질 행위에 대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더 무거운 수준의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경우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올리브영의 시장 점유율은 운영점포수 기준 올 1분기 71.3%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해 전·현직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고 최대 과징금 5800억원을 부과하는 등 중징계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두차례 열린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입장을 바꿔 판단을 유보했다. 김문식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전원회의는) 화장품 시장이 최근 10년간 크게 변화한데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판매 채널과 온라인 판매 채널 간 경쟁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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