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 196억원, 그 돈이면 日도 못 잡아" MVP 보낸 NC, 시장 최고의 자원 사냥 나선다

스타뉴스 청담동=양정웅 기자 | 2023.12.08 06:02
에릭 페디가 2023 KBO 시상식에서 자신의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이슨 마틴. /사진=NC 다이노스
태너 털리. /사진=NC 다이노스
2년 연속 외국인 선수 전면 교체에 나서는 NC 다이노스. 고심이 깊은 NC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임선남 NC 단장은 7일 오후 12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텔 리베라 청담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23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행사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나 "(외국인 선수 계약은) 특별한 요령이 있다기보다는 시장에 있는 제일 좋은 선수를 구해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NC는 2024시즌 외국인 선수 슬롯 3명 모두 올해와 다른 이름으로 가져갈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발표한 2024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외야수 제이슨 마틴(28)과 좌완투수 태너 털리(29)가 제외됐다.

에이스 에릭 페디(30)는 보류명단에 넣으면서 재계약에 대한 의사를 표시했지만, 1000만 달러가 넘는 몸값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미국 현지에서 나오며 재결합이 불투명해졌다. 결국 지난 6일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약 196억 9000만원)의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하며 NC와 인연을 마무리하게 됐다.

MLB 공식 SNS에서 페디와 화이트삭스의 계약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MLB 공식 SNS
페디의 이탈은 NC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빅리그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 경험이 있던 페디는 2023시즌을 앞두고 NC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5선발이라는 기대치가 있었고, 그는 비시즌 가다듬은 스위퍼라는 신무기를 바탕으로 리그를 평정했다. 그는 페넌트레이스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던지며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을 거뒀다.

페디는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오르며 2011년 KIA 윤석민 이후 12년 만에 투수 3관왕(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다. 또한 1986년 해태 선동열 이후 무려 37년 만에 20승-200탈삼진 시즌을 만들었다. NC 역사상 최초의 20승 투수라는 타이틀은 덤이었다. 마지막 등판(10월 16일 광주 KIA전)에서 타구에 팔을 맞고 강판되면서 단 ⅓이닝 차이로 1점대 평균자책점은 무산됐지만, 올해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이에 그는 시즌 종료 후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2023 KBO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에릭 페디. /사진=뉴시스
올 시즌 NC의 캡틴으로 활약한 손아섭(35)은 이날 시상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페디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축하할 일이다. 그런 대단한 선수와 한 팀에서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좋은 추억이었다"며 "NC 다이노스의 이름을 미국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며서 "팀으로 봐선 아쉽고 타격이 크지만, 그런 선수와 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임 단장은 "(페디 측에서) 공식적으로 연락이 오진 않았다"며 "아직 화이트삭스 쪽에서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예상은 했지만 에이스가 떠나는 건 느낌이 남달랐을 것이다. 임 단장은 "아마도 그럴 거라고(미국 복귀) 생각은 했어도, 구체적으로 얘기가 들리는 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액 면에서 NC는 도저히 페디를 붙잡을 수 없었다. 빅리그 마지막 시즌(2022년) 215만 달러(약 28억 원)의 연봉을 받았던 그는 한국에 진출하며 '반토막'을 내고(100만 달러) 왔다. 그리고 1년 만에 총액 15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계약을 따냈다. 심지어 이는 보장금액일 뿐,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규모는 더 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만약 페디가 재계약한다고 하면 NC가 줄 수 있는 최고액은 410만 달러(약 54억 원)다. 외국인 연봉 총액 제한 400만 달러에 페디가 2년 차가 되면서 상한선이 10만 달러가 더 올라가지만, 다른 선수 영입을 포기하고 긁어모아도 '달러 파워'에는 미치지 못한다. 임 단장은 "그 금액이 사실이라고 하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규모다"고 토로했다.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그러면서 임 단장은 "MVP를 비슷한 급으로 대체한다는 건 무리한 이야기다"며 과거 사례를 언급했다. NC는 이미 한 차례 외국인 MVP를 떠나보낸 적이 있다. 2014년 NC에 입단한 에릭 테임즈(37)는 이듬해 KBO 최초의 40(홈런)-40(도루) 클럽을 달성하며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이후 2016시즌이 끝나고 테임즈가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을 맺으며 NC는 또다른 거포 자원 재비어 스크럭스를 데려왔다. 그는 2년 동안 61홈런(2017년 35홈런, 2018년 26홈런)을 때려냈지만, 테임즈만큼은 아니었다.

이를 언급한 인 단장은 "스크럭스가 좋은 선수였지만 그렇다고 또 MVP는 아니었다"며 "사실 연속해서 MVP를 데려온다는 건 조금 무리한 기대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가능한 좋은 선수를 영입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이야기했다.

페디와는 다르게 나머지 두 선수는 쉽게 이별할 수 있었다. 마틴은 118경기 타율 0.283 17홈런 90타점 15도루 OPS 0.815의 기록으로 올 시즌을 마쳤다. 시범경기에서 한때 0.045까지 타율이 떨어졌고, 시즌 시작 후 4경기 만에 오른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한 달을 결장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래도 6월 타율 0.304, 7월 0.359, 8월 0.300을 기록하는 등 날이 더워지자 기록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9월 들어 조금씩 부진에 빠지기 시작했고, 내야플라이와 땅볼이 많아졌다. 우완 테일러 와이드너를 대신해 지난 8월 초 NC에 입단한 태너는 안정적인 제구(9이닝당 1.8볼넷)를 통해 후반기 11경기(64⅔이닝)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92로 좋은 기록을 선보였다. 하지만 느린 구속이 발목을 잡았다.

제이슨 마틴. /사진=NC 다이노스
태너 털리. /사진=NC 다이노스
두 선수는 모두 가을야구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마틴은 이번 NC의 포스트시즌 9경기에 모두 나왔지만, 타율 0.147(34타수 5안타) 1홈런 7타점 OPS 0.483에 그쳤다.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회 말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린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활약은 없었다. 특히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는 18타수 1안타, 타율 0.056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6번 타순으로 내리며 부담을 덜어주려 했으나 분위기 반전은 없었다.

시즌 막판 페디의 부상으로 인해 포스트시즌 1선발로 낙점된 태너 역시 포스트시즌 3경기 1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후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6이닝 5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결국 패전투수가 됐다.

임 단장은 새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으로 1루수와 외야수를 언급했다. 1루수는 오영수(23)나 도태훈(30), 윤형준(29) 등의 자원이 있지만 다소 약한 편이다. 마틴이 떠난 외야수 자리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임 단장은 "타자 시장이 투수보다 더 안 좋기 때문에 후보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지금 여러 선수들과 대화하고 있고, 누구와 계약하느냐에 따라 (포지션을)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틴 역시 여전히 후보군에 있다. 그는 "일단 다른 선수와 좀 얘기를 하고 있다. 잘 안 된다고 하면 마틴도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마친 임 단장은 외국인 계약에 대해 "매일 고민이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예상 외의 호성적으로 정규시즌 4위,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를 낸 NC가 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선 외국인 3인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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